영문학 전공자의 시선으로 본 비평적 감상과 문학 에세이
The Great Gatsby 위대한 개츠비
저자 : F. 스콧 피츠제럴드
초판 연도 : 1925년
장르 : 고전문학, 영미소설, 모더니즘
사적 평론 :
개츠비와 데이지의 허망한 사랑을 비추는 거울, 머틀
나는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그 덕에 수많은 고전문학, 영미소설을 접할 수 있었고, 그 중 가장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아 있는 작품은 단연 <위대한 개츠비> 다.
한글 번역본, 영어 원서, 영화 3번에 걸쳐 감상했기 때문일까?
아마도 그 과정에서 이 작품은 내게 다른 어떤 작품보다 여러 겹의 해석과 질문을 남겼나보다.
줄거리 요약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미국 재즈 시대를 배경으로, 닉 캐러웨이의 시선에서 신비로운 거부 제이 개츠비의 삶과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개츠비는 젊은 시절 사랑했던 데이지를 되찾기 위해 막대한 부를 쌓고 호화로운 파티를 벌이지만, 이미 결혼한 데이지는 끝내 그를 선택하지 않는다. 데이지가 낸 교통사고의 책임을 개츠비가 뒤집어쓰면서 그는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화려했던 삶은 허무하게 막을 내린다. 이 작품은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 사랑과 집착의 비극, 그리고 화려함 뒤에 감춰진 인간의 공허함을 드러낸다.
나의 시선으로 해석한 <위대한 개츠비>
많은 사람이 이 소설을 이야기할 때, ‘재즈 시대의 아메리칸 드림’이나 ‘부를 둘러싼 허망한 꿈’에 대해 먼저 꺼내고는 한다. 하지만 나는 이번 글에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바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그중에서도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머틀(Myrtle)의 사랑이다.
머틀, 그녀가 누구인지―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것으로 추측한다.
머틀 윌슨(Myrtle Wilson) 인물 설명 요약
『위대한 개츠비』의 데이지 남편, 톰 뷰캐넌의 정부(불륜 관계)
남편 조지 윌슨(차 정비소 주인)과 결혼했지만, 가난과 삶의 공허함에 불만을 가짐
톰을 통해 상류 사회에 대한 욕망을 채우려 하지만, 결국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함
머틀은 사랑과 욕망을 상징하는 인물이자, 작품 전체의 비극적 결말을 이끄는 숨은 주인공이다.
개츠비의 사랑이 ‘위대함’으로 기억되는 동안, 머틀의 사랑은 단지 ‘불륜’으로만 매도되었다. 나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개츠비와 데이지 ─ 위대한 사랑의 환상
개츠비와 데이지가 재회하기 5년 전, 데이지는 자신과 다른 삶을 살아 온 개츠비에게 대단한 매력을 느꼈다. 개츠비 또한 지금까지 자신이 경멸해오던 여자들과는 다른, 그의 인생에서 처음 만나 본 '상류층 여인'인 데이지를 사랑하게 되었다.
데이지와 개츠비는 뜨겁게 서로를 사랑했다. 그러나 군인이고 무일푼이었던 개츠비는 그녀를 지킬 힘이 없었고, 그녀는 그를 기다리다 지쳐서 톰과 결혼하게 된다. 이에 배신감을 느낄 법도 한데, 개츠비는 증오 대신 그녀와의 사랑과 희망으로 빈 가슴을 채운다. 그 후로 그녀와 단 한 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무려 5년을 혼자만의 것으로 품어온 개츠비의 사랑은, 닉을 통하여 다시 한 번 더 이루어질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도 잠시, 데이지가 톰에게 "당신을 사랑한 적 없어요" 라고 말함으로써 과거를 온전히 되돌리기를 원했던 개츠비는 너무 많은 것을 원한 죄로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그의 사랑, 희망 그리고 목숨까지도.
끝까지 데이지만을 기다리다가 죽은 그였다.
참으로 대단한 사랑이다.
그래, 이 둘의 사랑을 어찌 그냥 '불륜'이라고만 부를 수 있겠는가.
머틀과 톰 ─ 불륜이라 매도된 또 하나의 사랑
개츠비는 일찍이 댄 코디(*젊은 개츠비가 부와 사치를 동경하게 만든, 인생의 전환점같은 백만장자 후원자)라는 인물을 따르며 많은 여자들을 겪었고, 그렇기에 여자라는 존재를 이런저런 이유로 경멸했다. 그러나 그의 인생에서 처음 상류층 여자인 데이지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부'에 끌리게 된 것이 그 사랑의 시작이었다.
결혼식 날마저 양복(턱시도)을 빌려 입고 결혼한 윌슨 때문에, 머틀에게 있어 양복은 '결혼 실패'의 상징이었다. 그녀의 자매를 보러 뉴욕으로 향하던 기차에서, 머틀이 멋진 양복과 가죽 신발을 신은 톰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은 개츠비가 데이지를 사랑하게 된 이유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개츠비가 데이지를 차지하기 위하여 자신이 축적한 부를 이용한 것과 같이, 머틀은 톰을 차지하기 위하여 그녀의 풍만한 매력을 이용한 것일 뿐이었다.
데이지와 톰, 그리고 개츠비와 머틀의 죽음
데이지에게 개츠비는 사랑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결혼 생활을 비롯한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갈망할 대상은 아니었던 것과 같이,
톰 역시 머틀을 애정하긴 했지만, 고귀한 데이지와는 급이 다른, 감히 자신들과 섞일 수조차 없는 존재로 선을 긋는다.
톰은 머틀을, 데이지는 개츠비를 너무도 쉽게 마음 속에서 정리하였다.
버림 받은 둘은 그 사실을 깨달을 새도 없이 여전히 사랑을 품은 채 생을 마감했다.
그들의 마지막은 이렇다.
머틀은 톰의 차라고 착각한 개츠비의 차에 뛰어들었고, 그 차를 몰던 데이지에게 치여 죽는다.
개츠비는 끝까지 데이지의 전화를 기다리다, 톰의 왜곡으로 머틀의 죽음에 분노한 윌슨의 총에 맞아 죽는다.
직·간접적으로 각자 자신이 사랑했던 인물의 파트너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개츠비와 머틀,
그들 사랑의 시작과 끝이
아이러니한 평행선을 이룬다.
마무리 글 - 진실한 사랑이란
개츠비의 것은 모두의 가슴 속에 위대한 사랑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도 쉽게 톰과 머틀의 관계는 더러운 불륜일 뿐이라고 매도했다.
데이지를 향한 개츠비의 마음은 순정인데, 톰을 향한 머틀의 마음은 왜 속물 근성이 되고 만 것일까?
이 소설은 개츠비를 위대하다고 명명한 주체인 '닉'이란 화자의 시선을 통해 전개된다.
그래서 우리는 데이지를 사랑하는 개츠비의 마음은 아름답지만, 톰과 얽혀서 데이지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머틀의 존재는 자연스레 악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내겐 그녀의 사랑도 하나의 진실이고, 그래서 더 비극적으로 느껴졌다.
개츠비는 적어도 5년 전에는 데이지를 온전히 가져볼 기회가 있었고, 후에도 그녀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었고, 톰에 맞서 언쟁이라도 펼칠 수 있었다.
그러나 머틀은 그와 다르게, 데이지에게 주어졌던 자식과 진주 목걸이 대신, (톰의 재력에 비해서 아무것도 아닌)개와 개 목줄에 만족해야 했다. 데이지의 이름을 감히 입에 올렸다는 것만으로 손찌검을 당하고, 끝까지 데이지의 얼굴도 모른 채, 결과적으로는 데이지가 운전하던 차에 뛰어들게 됨으로써 어쩌면 고의적인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한 번도 온전히 톰을 가져보지 못한 채 허무하게 꺼져버린 비극이다.
끝내 그녀는 불륜이라는 낙인 속에서 잊혀졌지만, 내가 본 것은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사랑의 한 얼굴이었다.
머틀의 것 역시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