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공립을 보내자니 이제껏 배운 영어가 조금 아쉽기도 하고, 조금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기엔 학교가 조금 부족할까도 싶고, 사립을 보내자니 비싼 학비도 문제고 8살밖에 안된 아이 하교 시간이 너무 늦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앞섰다. 워낙 사립학교가 많은 동네라서 (우리 아파트 초입에 오는 사립초 셔틀만 6~7대는 됐었다는.) 사립초를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갔고 설명회를 여기저기 다녀 보니 우리 아이에게 맞을 것 같은 학교들이 눈에 띄었다. 그러다 보니 사립초를 보내면 사교육 없이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겠구나 싶고, 그 사교육비로 학교 학비를 하면 되겠다는 마음으로 사립초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학교를 결정함에 있어 우선순위는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다닐 수 있을까였다. 다녀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겠지만 주변 얘기들과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정보를 얻고 직접 설명회에 가서 직접 분위기를 느껴보고 왔다.
다니다 보니 일반 사립과 이머전 사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두 군데 모두 보내고 싶었지만 우리는 한 대학교 부속 사립초에 지원을 했다. 당시 사립초 한 군데만 지원이 가능했기 때문에 한 군데를 결정했지만 사실 이머전 학교에 대한 욕심도 났었다. 그러나 역시 인기 있었던 대학교 부속 사립초엔 보기 좋게 떨어졌고 수소문 끝에 내가 보내고 싶어 하던 이머전 학교에 추가 추첨이 있다고 해서 부랴부랴 다시 지원을 했다. 한 번 떨어져 보니 두 번째 추첨엔 왜 이리 떨리던지.. 내가 직접 박스에 손을 넣어 합격 공을 뽑아 든 그 순간을 절대 잊을 수 없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으니.. 참 힘들게 힘들게 초등학교를 보냈구나. 아이의 교복을 맞추러 가며 어찌나 신나고 기대되던지 아이들 앞날은 막 밝은 날 만 있을 것 같았다.
아이들은 한국인 담임 선생님과 원어민 담임 선생님이 계신 교실에서 한글과 영어를 동시에 써가며 즐겁게 학교 생활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두 번째 학교에 가게 된 것이 오히려 잘 된 일이었던 같다. 아이들이 학교를 정말 재미있게 다녔고, 영어로 말하기 듣기가 자연스러운 것은 물론 악기도 배우고, 오케스트라에 합격하여 학교 오케스트라 활동도 하고, 코딩에 미술, 다양한 독서 경험까지 참 폭넓고 행복하게 수업을 들었다. 사립 초등학교 입학 전 이런저런 카더라를 많이 들어서 걱정을 했는데 (사립초엔 부자들이 많아 아이들이 주눅 들 수 있다더라, 아이들이 방학마다 외국을 다녀와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더라.. 이런 얘기?) 그냥 다들 그냥 아이들이라 그런지 그런 면에서 느껴지는 건 정말 없었다.
학교 생활만으로 만족스러웠지만 조금만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다시 사교육을 이것저것 시키게 된 것 같다. 영어도 조금 더 하며 리딩 레벨을 올리기 바랐고, 수학도 선행이 필요하다 하고, 악기도 개인적으로 레슨을 해야 진도가 나갈 테고, 수영은 안전을 위해 할 줄 알아야겠고, 축구는 주말에 친구들 만나야 하니 수업으로 하고.. 아이들이 이렇게 저렇게 학교와 학원을 함께 다녔는데 아이들은 친구들이 함께 하고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잘 따라 주었다. 그러면서도 나 스스로가 이게 맞나? 이렇게 해서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들어질까? 늘 고민하고 힘들지는 않을지 걱정을 하며 지냈었다. 아이들이 학업으로 힘들어하는 날은 나와 엄청 싸우기도 하고, 학교에서 상이라도 받아오는 날엔 선물도 사주며.. 당근과 채찍을 마구 날리면서 말이다.
이렇게 쳇바퀴 돌 듯 매일을 학업에 빠져 살던 어느 날, 큰 아이 3학년이 끝나갈 무렵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공부 공부 하며 살아야 하나 회의감이 들던 그 쯔음.. 아이들 학교를 보내고 출근한 남편과 통화를 하는데 남편이 내년에 육아 휴직을 하고 아이들도 남편도 조금 쉴 겸 외국에서 생활해 보는 건 어떠냐며 나에게 물었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고, 아이들 교육 방향도 다시 생각해 보자고.. 한 번씩 생각은 해봤지만 남편 직장과 가족들이 모두 한국에 있으니 불가능에 가까운 거라 생각하고 지냈는데 남편이 그렇게 얘기하니 안 가면 안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남편 회사 사정상 1년 휴직은 불가능했지만 6개월이 어디냐.. 아이들 영어도 실전에서 연습해보고 나도 남편도 조금 쉬자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준비를 시작했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 영어권 나라면서 비자받는데 문제가 없고 아이들이 6개월간 정식 학교를 다닐 수 있는 나라 위주로 찾아보니 딱 캐나다였고 우리는 그렇게 밴쿠버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