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모님 댁에서의 일주일 간 원격근무를 해 보았습니다.
부모님은 부산에 사신다.
여태껏 부산에 가면, 3일도 채 있지 않고 서울로 올라왔었고, 거의 내려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조금 오래, 명절도 끼어있겠다, 겸사 겸사 일주일을 부산에 있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은 부산에 와서 원격 근무를 한지 여섯째가 되는 날이다.
내일이면 일주일, 다시 서울로 돌아갈 것이다.
부산에서의 일주일은
서울의 익숙함을 찾고 싶으면 해운대의 센텀시티를 갔고,
자연과 가까워지고 싶을 때는 바닷가로 갔다.
예전 추억을 곱씹고 싶으면 자주 가던 떡볶이 집을 찾았다.
그리고 하루에 한 번, 커피를 사러 나가는 나의 Ritual도 지켰다.
이렇게 부산에서의 원격근무를 하며 조금이나마, 다른 지역에서 하면 이런 느낌일까? 라고 생각해 본다. 겨울에 발리 우붓에서 한 달 동안 원격근무를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 것이 약간의 예행 연습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역시 엄마가 해준 밥이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고구마 줄기, 소고기 반찬 등...을 맘 껏 먹을 수 있다. 서울에 살 때는 혼자 집도 잘 치우고, 밥도 잘 해먹으면서 집에만 오면 나이에 안맞게 마치 Spoild child처럼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과일 먹고, 설겆이는 안하고 퍼질러져 있다. 아직 부모님이 정정하시고, 엄마가 자꾸 이것 저것 해주려고 하니까 괜히 어리광아닌 어리광을 부리게 되나보다. 돈을 드려야하는 나이임에도, 내가 드리는 돈보다 엄마 아빠가 나에게 쓰는 돈이 더 많다. 그래도 이렇게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니, 아직은 누리고 싶다.
또한, 엄마 아빠가 필요했던 것-정보, 물건 등-이 뭔지 알게되고 챙겨 드릴 수 있다. 전화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아빠의 비염이 심해져 있길래, 식염수로 코세척을 하는 코 비데를 보여드렸더니 완전 신세계라고 하신다. 엄마는 폰에 작은 글씨가 안보여 자꾸 안경을 올렸다 내렸다 하길래, 폰의 폰트 크기를 키워드렸다.
이번에 무엇보다 엄마 아빠가 가장 신기해 하고 놀라워 했던건 넷플릭스였다. 모바일과 노트북에서 쉽게 드라마와 영화를 찾아볼 수 있게 로그인 정보를 저장해 드렸더니 아빠는 'Suits'시즌 1에 푹 빠져 있다. 영어 자막을 볼 수 있는 것도 공부삼아 볼 수 있다며 좋아하신다. ㅎㅎ
장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공간, 내 집이 아니라는데서 오는 피로도는 쌓인다. 안쓰는 방을 내 방으로 쓰고 있지만, 내 공간은 아니다. 그렇다고 호텔 같이 private한 느낌도 안든다.
그래서 일주일을 지내보니 이 이상은 못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른 내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 안에서 편안하게 쉬고 싶다.
나의 고양이, 나의 남자친구, 나의 식탁, 나의 물건들이 그립다.
내일이면, 서울로 다시 돌아간다.
20살 이후 가장 오랫동안 부모님의 집에 있었던 경험이었다. 3-4일 정도 오는 것은 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쉽지 않게지만, 그래도 다시 내려오기로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