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없어서 집안일을 창조했다
얼마 전, 부모님의 시골집에 따라 내려갔다. 몇 년 전에 부모님이 고향 땅에 마련하신 주택으로, 살고 있진 않지만 앞마당 텃밭을 가꾸러 자주 들른다. 매년 텃밭에다 온갖 작물을 심어 가꾸고 있다. 고구마, 땅콩, 참깨, 들깨, 고추, 가지, 도라지, 부추, 방울토마토, 참외, 대추까지 다양하다. 물론 나는 들러리로 비닐 깔고 씨를 파묻고 수확물과 돌들을 주워 나르는 정도다. 그래도 아직까진 농사에는 거의 관심이 없는데도 조금은 뭐가 뭔지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달까.
최근 내 관심사는 집 내부의 보수와 정리 정돈이었다. 머무는 시간이 일주일이나 되어 역시나 거기서도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현재 시골집엔 인터넷 선이 깔려 있지 않고 내 폰의 데이터는 3G도 되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다른 것으로 시선을 돌리는 수밖에 없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는 오늘은 무엇을 정리 정돈해 볼까 기웃거렸다.
이번에 내가 한 제일 큰 일은 원래 살고 있는 집의 화장실 타일 줄눈 보수를 직접 해본 것을 바탕으로, 시골집에도 자신 있게 도전한 것이었다. 건조한 타일 줄눈 주변으로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고 색이 바랜 부분에 보수제를 짜서 발랐다. 시간과 힘이 상당히 드는 일이었지만, 완성된 모습을 부모님이 보시고 새집 같다며 매우 기뻐하셨다. 뿌듯한 일 하나 추가.
다른 자잘한 일로는, 욕실 선반을 달거나 마스킹 테이프로 여기저기 필요한 곳에 구분 표시를 해두거나 시골집의 전 주인이 두고 간 양말목들을 엮어 냄비받침 비스무리한 걸 만들기도 했다. 한두 개의 코는 놓쳤어도 처음 한 것치고는 잘했다(셀프 칭찬). 이건 장식으로 벽에 걸어두었다.
또 아이디어를 살려 집에 있는 재료로 비누망을 만들어 자투리 비누들을 담아서 걸어놓기도, 마스크 목걸이로 할머니가 키우시는 고양이의 목줄을 만들어 달아주기도 했다. 다음날 보니 너무 헐렁했는지 목줄이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그 외에도 생각보다도 설거지할 걸 잊게 되는 물건들을 세척했다. 예를 들면, 양치컵이나 수저통, 티스푼통 같은 것이 있다. 그리고 부서지지 않으면 의외로 전혀 손을 안 대게 되는 게 화장실 변기 커버인데 고정나사를 펜치로 돌려서 해체한 후, 부품까지 전부 깨끗이 씻어 재조립하기도 했다.
이렇게 난 우리집 살림의 보조자로서 엄마가 놓친 부분을 찾아내어 손수 집안일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엄마는 깔끔 좀 떨지 말라고 하시기도 하지만 내심 좋아하시는 기색도 보인다.
가족들에게 나 스스로 살림을 좀 잘하는 것 같다고 셀프 칭찬을 할 때면 요새는 어쩐지 다들 끄덕끄덕해준다. 음식 간도 내가 볼 때가 많고 가족들 아무도 못 건드렸던 화장실 타일 줄눈 인테리어를 깨끗하게 손봐놔서인가 보다 했다. 특히 아버지 기분은 많이 좋아 보였다. 아놔, 역시 내 소질은 살림 이쪽인가.
이번 시골집에서의 인터넷 없는 일주일로 집안 살림살이를 거의 다 손봤더니 몸은 아파도 뿌듯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말에 찾아온 오빠는 “이제 시집가도 되겠다.” 하고 웃었는데, 우애 깊은 동생은 “오빠 먼저 가야지.”라고 조용히 화답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