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기 전에 마음을 얻어보기로 했다
지금 와서 털어놓지만 전회사를 다닐 때, 사실 좋은 일만 있진 않았다. 어딜 가나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한 둘은 있는 게 어쩔 수 없고 당연한 세상사 아닌가. 역시나 그곳에도 어느 순간부터 나를 안 좋게 보는 사람이 있었는데 하필 가장 까다롭고 무서워서 관리자도 어려워하는 터줏대감 선배언니였다.
처음엔 내가 뭘 잘못했나 해서 열심히 일하고 말을 붙여보려 했지만 번번이 차가운 눈초리와 말이 돌아왔다. 그렇다고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하기엔 선을 넘진 않았지만, 상당히 불편하고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그만둘까 싶은 마음도 하루에 여러 번 들었다. 거기에다 희한하게도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둘이 일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참고 꿋꿋하게 일했고 동료들, 선배언니들과도 먼저 말 걸고 간식을 사서 모두 나눠드리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나서 눈치를 살폈던 무서운 선배언니도 마음이 조금은 열렸는지, “쟤는 그래도 성격 활발하고 싹싹해서 좋아.”라고 하셨다. 드디어 텃세가 끝났다는 걸 느낀 순간이었다.
나는 감사함에 회식 자리에서도 맥주 기운을 빌려 무서운 선배언니의 손을 꼬옥 잡고 “언니 저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예쁘게 봐주세요.”라고 말씀드렸다. 이어서 여기서는 말할 수 없는 집에서 갈고닦은 개인기로 모두 웃겨드리고 나니 쟤는 웃긴 애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까다로운 사람은 대접받는다고 했던가. 나는 결국 무서운 선배언니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고 여러 공감대가 생긴 우리는 잠시지만 외식도 하고 쉬는 날엔 여행 메이트로 이곳저곳 관광도 다닌 좋은 사이로 남게 되었다.
이 일을 통해서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일적으로 함께 하기 어려움이 느껴진다면 똑같이 미워할 게 아니고, 일단은 마음을 얻어보려 노력하고 정 안 될 때 포기하면 된다는 걸 알았다. 시작부터 퇴사하거나 회피하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무서운 인상이어도 좋은 면이 많은 분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으니, 이것도 배움이고 사람 공부였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