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름표.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다 알아서 할 것 같더니 말뿐인 두 아들들. 먹는 게 늘 걱정이라 퇴근 후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은 먹을 것들을 만들어 냉장고가 터져라 쟁인다. 비좁아 자리를 잡지 못한 음식들은 서둘러 먹고 먹인다.
우선 밥버거와 또띠아피자, 스파게티로 이번 주 메뉴는 모두 다 대량이다.
쌀을 씻어 불려놓고 주 재료들을 준비한다. 스팸을 굽고 계란을 굽고 김치를 볶는다.
밥을 하고 몇 장 남지 않은 돌김을 구워 부숴 섞는다. 김자반이 있으면 쉽지만 나에겐 쉬운 길은 없다. 들기름과 소금 간을 해 밥을 좀 식힌다.
밥이 준비되면 사각팬에 밥을 퍼 넣어 펴준다. 그리고는 김치, 스팸, 계란순으로 얹고 다시 밥으로 덮어준다.
볶음김치와 스팸, 계란이 올라가면 게임 끝이다. 참치가 있는 줄 알았는데 없어서 생략했다. 참치를 마요네즈와 섞어 깔아주면 더 풍부한 맛을 내지만 스팸이라는 커다란 무기가 기본맛은 해 준다.
밥을 덮어주고 잠시 식힌 후 주걱으로 잘라준다. 몇 개는 김띠를 둘렀고 나머지는 종이호일로 감싼 후 냉동실에 넣고 몇 개는 토요일 도서관에 가는 아들 도시락으로 보냈다.
보통은 피자는 도우를 만들어 오븐에 굽지만 빵은 반죽과 발효까지 기본이 4시간이 걸려서 잔머리를 굴린 게 또띠아다. 냉동실에 남은 또띠아가 없어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또띠아를 만들기로 생각했다. 통밀과 타피오카전분에 약간의 소금 간을 하고 우유와 계란을 섞어 팬에 구웠다. 그냥 둘둘 말면 전병이다. 그냥 먹어도 삼삼하니 맛나다.
내 집엔 코팅팬이 없다. 무쇠팬에 굽는데 인성 파탄 나는 줄 알았다. 자식이 먹을 거라 참고 참으며 인내심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또띠아라지만 그냥 봐도 전병이다. 저게 어떻게 또띠아냐고....
소스까지는 못 만들어서 시판용을 썼다. 나 혼자 먹으려고 만들어 놓은 떡갈비를 해동해 밀대로 밀어 에어프라이기에 구워서 얹어 불고기 맛 같은 향을 내고 치즈를 많이 많이 얹어 또띠아로 덮었다. 베이컨과 파를 얹어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보았다. 또띠아 20장 클리어.
또띠아를 구우면서 스파게티 만들기. 동생이 준 링귀니를 이용했다. 보통 면을 삶아 소스에 넣어 조리듯 하지만 물에 오일 한 바퀴 두르고 같이 삶았다. 면은 반을 잘라 익는 시간을 줄였다. 대충 익으면 소스한 병을 넣어 물기를 날리며 졸여 준다. 마늘과 당근, 베이컨을 추가했다. 베트남 고추 몇 개를 부숴넣었더니 칼칼하다. 소분해서 얼려두면 아이들이 꺼내 먹는다. 차려 먹지는 못해도 다행스럽게 전자레인지는 쓸 줄 안다. 치즈까지 얹어 데우면 한 끼 식사가 완성.
보너스.. 어묵을 볶아 김밥을 싸서 먹으면 나름 별미다. 속재료가 애매하거나 없을 때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어묵 하나만 넣어도 맛나지만 상추, 당근, 오이 등 집에 있는 야채를 추가해 주면 아이들이 싫어하는 걸 눈속임해 먹일 수 있다.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이 밥을 하고 비상식량을 만들며 지나갔다. 꽊찬 냉동실을 보며 안도감이 들지만 곧 냉장고는 비어 갈 것이고 다음 주 주말에도 같은 일을 반복할 것이다. 직장인 엄마는 자식 먹을 것이라 아무도 몰라줘도 이렇게 정성을 들인다. 동생은 자신과 약속까지 취소하며 주말에 쉬지 않고 음식을 만들었다는 걸 알았다면 쉬지 않는 나에게 혀를 차며 불같이 화를 냈을 것이다. 이래 저래 힘든 엄마의 무거운 주말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