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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휴가 그리고 수능

아들만 둘.

by 신의손


큰아들이 지난 7월 입대를 했다. 훈련소에서 만난 뒤로 11월이 되어서야 늦은 첫 휴가 나왔다. 휴가 전날 새벽까지 근무를 하고 온 아들은 저녁밥을 먹으면서 쏟아지는 잠으로 힘들어했다. 입대 전보다 8kg이 빠진 덕에 내 눈에는 더 멋진 아들이었지만 안쓰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사실 휴가를 나오기 전부터 문제가 있었다. 내 아들 둘은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라 주먹을 휘두르며 싸운 적도 있고 각자의 일에만 관심을 쏟을 뿐 서로에게 관심도 없고 또 관심을 원하지도 않는다. 하필 재수를 하는 둘째의 수능을 보는 주에 큰아들이 휴가를 나온 거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공부를 하니 집중이 잘되어 작년보다 성적이 오른 터라 큰아들 방을 청소하고 아무것도 없는 침대에 이불을 펴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6개월 동안 조용한 집에서 공부한 둘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로 첫째와 이야기를 하고 휴가를 나온 첫날, 월요일은 집에서 저녁을 먹였다. 다음날 아침 회사일을 보고 있는데 큰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고 있는데 아빠한테 끌려 나와 호텔이라고 했다. 둘째 아들이 수능을 망쳐 큰아들을 평생원망하는 것보다 어쩌면 호텔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다행히 큰아들은 자신이 배려해 줘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드디어 수능날 새벽 전복죽을 먹이고 도시락대신 샌드위치와 삼각김밥, 심신안정을 위해 인문학 책을 가방에 넣는 아들을 보니 덩달아 긴장이 되었다. 엘리베이터를 타자 아들의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남편은 어색하게 웃었고 나는 저녁에 보자는 짧은 인사를 하고 출근을 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퇴근시간이 다가왔다. 집에 도착하자 현관에 책더미가 쌓여 있었다. 큰아들은 남편과 저녁을 먹으러 나갔고 둘째 아들은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마 채점을 하는 듯했다. 얼마 후 방을 나와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를 안았다. 그동안 고생한 아들이 대견해 살짝 눈물이 났지만 나머지 과목들의 채점이 다 끝나지 않아 말을 아꼈다. 요가 수업 중 궁금해 연락을 했지만 숫자 1은 사라지지 않았다.


작년보다 어렵다는 뉴스처럼 둘째 아들도 문제가 절대 쉽지 않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긴장이 풀리는지 냉장고를 여닫는 소리가 들렸다. 밤 12시가 되기도 전 집안의 불이 다 꺼지고 코 고는 소리로 가득 찼다. 두 아들과 남편, 고양이까지 코를 골아댔다. 나도 오랜만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두 아들이 재수를 하고 3년 동안 수험생의 부모로 살았다. 삼수는 하지 않는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미술을 하는 둘째는 다시 실기지옥으로 들어간다. 내 지갑도 같이.

그리고 수능다음날 시아버지 팔순가족모임이 있었다. 나는 몇 달 전부터 정해진 회사일로 반나절 템플스테이를 하고 녹초가 되어 약속 시간에 겨우 도착했다. 큰아들은 나의 눈물과 함께 다음날 군대로 복귀했다. 아슬아슬 했던 큰아들의 휴가도 둘째의 수능시험도 끝이 났다. 온 가족이 긴 한 주를 보냈다.


아직 둘째의 수능은 진행형이다. 예체능계열은 내년 2월이 되어야 최종 합격발표가 난다.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수능이 한 달 남짓 남았다. 군복무 중인 아들의 전화가 오면 언제나 긴장이 되고 밤늦게 학원에서 돌아온 둘째 아들손에 묻은 물감자국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부모란 정말 끝나지 않는 인내심을 무한정 뽑아내야 하는 존재인 것 같다. 군복무 중인 큰아들도 실기준비 중인 둘째도 이 시간을 견디며 인내심을 무한정 뽑아내고 있을 것이다. 이 시간을 언젠가 웃으며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인내의 시간이 두 아들에게 평생 즐거운 이야깃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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