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고양이 그리고 BTS

등가교환

by 신의손

가끔 새벽에 휴대폰이 울릴 때가 있다. 그 휴대폰에 가족의 이름이 보이면 가슴이 철렁한다. 보통은 좋은 일로 새벽에 전화하지 않으니 휴대폰을 보면서도 망설이게 된다. 특히 두 아들이 집을 떠나 있으니 예정에 없는 전화는 더 긴장하게 된다. 아침 7시 정각에 알람과 함께 휴대폰 화면에 둘째 아들의 이름이 보였다.


둘째는 혼자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한 지 보름정도 되었다.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통화버튼을 누르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머릿속에서는 온갖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전날 아들에게 고양이 사진 2장을 보냈더니 곧바로 전화가 왔었다. 고양이 걱정과 대학생활, 동기들 이야기, 첫 자취생활과 사라져 가는 용돈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아들에게 나는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조언 같은 잔소리를 했다. 절대 용건 없이 전화하는 아이가 아니라서 더 겁이 났다. 놀란 마음을 진정하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내 걱정과는 달리 아들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마음 급한 내가 속사포같이 질문을 쏟아 내자 다친 곳도, 아픈 곳도 없고 사고를 친 것도 당한 것도 아니라며 나를 진정시켰다.


전날 나와 통화를 마치고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알바를 하고 집에 들어왔고 공강이라 지금부터 쉬면서 된다고 했지만 서울이 어떤 곳인가? 눈뜨고 코 베어 가는 곳이라는 걸 나는 한번 겪어봤기에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무슨 일을 하고 왔냐는 물음에 BTS 콘서트 현장에서 사무실 집기를 날랐다고 했다. 그렇게 일을 하고 받은 13만 원 중 5만 원을 나에게 송금했다. 아들은 입시준비를 하며 허리가 고장 나 고생을 했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했지만 아들은 입시를 포기할 수 없다며 많게는 주 3회씩 혈마사지를 다녔다. 새벽 5시에 헬스장을 다녀왔고 집에서도 근력운동을 빼먹지 않았다. 서울로 자취방을 구하면서도 집에서 쓰던 덤벨들을 다 가지고 갔다. 허리가 아파 고생하던 아들이 꼬박 8시간을 쉬지 않고 일한 돈을 나에게 보냈다고 생각하니 여러 가지 감정들이 몰려왔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른 팀들은 도시락도 제공했지만 아들이 일한 팀은 도시락이 없다며 아쉬워할 뿐이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예상외 지출이 많아 남편의 카드와는 별도로 매달 아들에게 송금하던 용돈보다 몇 배 많은 돈을 송금했다. 전날 상추와 오이가 비싸 사 먹지 못했다는 말에 10만 원을 더 송금했었다. 아들은 미안하다며 5만 원을 다시 보내준다고 했지만 사양했다. 아들과 짧은 통화를 마치고 아들이름이 적힌 계좌를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전화를 빨리 끊은 게 다행이었다. 엄마보다 고양이가 더 중요한 아들은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자라 있는 것 같다. 집 떠나니 효자가 된 것인지 철이 든 것인지 결과적으로는 BTS 덕분에 강제 효도를 당하는 즐거움을 느낀다.


이제 아들이 보고 싶으면 고양이 사진으로 낚시질을 해야겠다. 침대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저 고양이 수발값을 아들의 효도로 지금에야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의 수발과 아들의 효도가 등가교환 되는 이 자본주의 세상!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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