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디자인 인턴쉽 1화
프롤로그
나는 뉴욕의 한 디자인 스쿨에서 석사 프로그램을 졸업 후, 약 1년의 OPT* 기간 동안 3곳의 인턴쉽을 경험했다. 나는 그래픽 디자인을 기반으로 UXUI 디자인 그리고 Product 디자인을 공부했다. 나는 1년간의 인턴 경험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구분하게 되었고 내가 지향하고 싶은 커리어의 목표도 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정말 뉴욕에서 살아가고 싶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 뉴욕의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UXUI 디자이너로 풀타임으로 일을 시작했다. 현재는 한 테크 회사의 Interactive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다.
*OPT 같은 외계문자들은 시리즈를 통해 하나하나 설명해 나갈 예정이다.
나는 흔한 교환학생 경험도 없는 토종 한국 대학생이었다. 도움받을 곳이 없어서 인터넷에서 검색한 포트폴리오 학원에 가서 막학기에 준비를 했다. 미국에 와서도 커리어적 조언을 주고받을 선배나 어른이 없었다. 이렇다 할 인맥 없이 뉴욕에서 디자이너로 살아남는다는 것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되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무엇을" 찾아봐야 하는지도 몰랐다. 내 비자가 이렇게 버거운 장애물이 될지, 미국의 At will employment가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타지에서 혼자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지..
나의 인턴 경험은 무척 개인적이다. 이 이야기는 그 누구한테도 들어맞지 않고 실질적인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디자이너 친구들에게 작은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다. 나도 이렇게 제멋대로 살아남았으니, 당신들도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남을 수 있다.
이야기는 대학원 막학기부터 시작된다.
미국에서 학생은 F1 비자를 가지고 공부한다. 나도 201x 년에 F1비자를 가지고 유학길에 올랐다. 이때까지만 해도 공부만으로도 내 삶에 좋은 경험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취업이 안되면 한국에 돌아가겠다는 옅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딱히 열심히 취업 정보를 찾지도 않았고, 미리 비자에 대해 알아보지도 않았다. 당시 Communicaton design 공부가 재밌어서 논문수업을 정말 재밌고 열심히 들었다. 솔직히 다른 친구들은 논문보다는, 방학마다 인턴쉽을 하고 계속해서 포트폴리오만 만들었다. 논문에 빠져 산 덕분에 나는 그 해 우등졸업을 하게 되었다. (Excellence of Academic Achievement, 듣기만 해도 부모님이 기뻐서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는 타이틀이다.)
다른 친구들은 졸업 후 빠른 취업을 하는 동안 나는 위기상황에 봉착했다. 논문 쓰느라 실질적인 포폴도 없었고 도대체 뭐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럼에도 내가 제시간에 맞춰한 것이 있다. 바로 OPT 신청이다!
Honey tips! 보통 졸업 전 여름학기에 인턴을 하는데, 이곳에서 풀타임 오퍼를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기업들은 완전 주니어 디자이너보다는 인턴을 미리 뽑아서 그 친구들은 주니어로 채용한다. 참고로 나는 엄마 아빠 그리고 우리 고양이가 보고 싶어서 여름방학 내내 한국에서 편히 쉬다 왔다. 정신 건강이 제일 중요한다.
OPT란 Optional Practical Training의 준말이다. 미국은 외국인 학생이 졸업 이후 1년의 취업가능하게 한다. 자비롭다. 이 기간, 혹은 이 옵션을 OPT라고 한다. 참고로 과학, 테크, 엔지니어링 혹은 수학 관련 과를 나오게 되면 (일명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3년의 OPT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부럽다.
보통 막학기에 학교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얘들아~ OPT 신청해~"라고 알려준다. 그러면 졸업 몇 개월 전 "저는 이 날 제 OPT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이 과정은 학교가 꽤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것이, 미국에서 겪은 마지막 소중한 케어가 된다. 그 이후는 진정한 각자도생. 아무튼 OPT 시작일자는 졸업 이후 일정 개월 안에 골라야 한다.
Honey tips! 매도 먼저 맞고 싶어 하는 마조히스트들과 이미 취업이 정해진 친구들은 졸업 직후 바로 OPT를 시작해 버린다. 나처럼 준비가 안되었다면 최대한 늦게 신청해 보자! 나는 5월에 졸업해서 8월에 OPT를 시작했다. 하지만 매번 정책이 바뀌니, 꼭 USCIS (애증의 이민국)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자.
디자이너는 기술직이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미국에서 영어가 모자란 외국인이어도 취업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무기는 포트폴리오다. 나는 일한 경험이 없는 순도 100퍼센트의 무경력 유학생이었다. 학생의 포트폴리오는 현직 디자이너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만일 인턴과 엔트리 레벨 디자이너를 생각 중이라면 크게 주늑들 필요 없다. 작은 곳에서 시작해도 언제든 이직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이 미국이다!
최대한 다른 사람의 포트폴리오를 많이 보길 추천한다. 따라 하라는 게 아니라, 어떤 포트폴리오가 먹히는지 감을 잡아야 한다. 현재의 트렌드를 알고 나의 길을 가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고 멋대로 하는 것과는 다르다. 또 다양한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자. 어차피 나의 첫 포폴은 내 인생에서 가장 최악의 포폴이다. 1년만 지나서 봐도 "이걸 내가 만들었다고?"라고 자책할 수 있다.
Honey tips!
1. 온라인 포폴 구경: Behance 추천!
2. 나의 경쟁자 포폴 구경: Linkedin 가고 싶은 회사, 혹은 하고 싶은 직업을 검색하자. 그중에 꽤 까리한 사람이 눈에 띌 것이다. (많이 띌 것이다) 그 사람의 포트폴리오 사이트에 들어가자. 그것이 먹힌 예시다. 예를 들어 내가 "구글"에 "마케팅 디자이너"를 하고 싶다면, 구글 디자이너들의 포폴을 파헤쳐보자. 의외로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이 회사나 직업과 핏이 맞는지도 감을 잡을 수 있다.
3. 포트폴리오 리뷰받기: 뉴욕에서는 여러 포트폴리오 리뷰 이벤트를 연다. 학교에서도 자체적으로 열기도 한다. 적극적으로 가서 대차게 까여보자!
4. 친구들과 공유하자: 경쟁자이자 가장 좋은 동료인 친구들과 포폴 공유를 해보자. 특히 학생인 경우 이러면서 자극도 받고, 우정도 쌓는다. 어차피 서로 잃을 게 없어서 숨길 것도 없다.
디자이너의 경우 Resume를 제출하게 된다. CV에 비해 형식이 단출하다. 나의 연락처, 일 경력, 학력등을 간단하게 기재하게 된다. 대부분 인사담당자들은 디자인에 대해 모른다. 그들이 보는 건 이 한 장의 레쥬메다.
Honey tips!
1. 그래픽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폰트와 레이아웃에 신경 쓰자. 밖에 나가기 전에 씻는 것과 같은 것이다.
2. 한 페이지로 정리하자.
3. 만일 학생인 경우, 직무와 관련된 수업을 적을 수도 있다. 필수는 아니다.
4. 반드시 타인에게 proofreading을 받자. 교수님 혹은 직장인 선배 (물론 난 없었음). 정 아무도 없으면 온라인 영문 리뷰 사이트에 의뢰해 보자.
보통 유학생이라면 관련 커뮤니티에 많이 들어간다. 그곳에서 업계 선배도 만나게 된다. 그래서 "한번 일해볼래"라는 꿀 같은 제안을 받기도 한다. 실제로 주변에도 이런 식으로 인턴을 따내거나 이직하는 친구들이 많다. 이것까지 아니더라고 회사를 추천받거나 커리어 조언을 얻기도 한다.
Honey tips!
난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서, 할 말이 없다. 있다면 열심히 이용해 보자! 부럽다!
나처럼 아무것도 없다면 걱정하지 말자. 공략 없이 뚫는 게임이 더 짜릿한 법이다.
OPT도 신청하고, 포폴도 준비되고, 레쥬메도 준비됐다면 이제 정말 남은 건 어플라이뿐이다. 미국은 정말 기회의 땅이다.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회사가 있고, 규모도 크다. 이 수많은 회사 중에 날 뽑을 곳이 없을까 싶지만, 대체로 안 뽑아준다... 그만큼 전 세계의 모든 인재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학기 인턴을 하지 않았다면 최소한 2-3개월의 취준 기간을 잡자. 인터뷰까지 포함하면 오퍼를 받기까지 2-3주는 걸리기 때문이다. 나는 100군데가 넘는 회사의 문을 두드렸다.
Honey tips!
1. 링크드인에서 잡 찾아보기: 대체로 포트폴리오 pdf나 사이트 링크만 제출하면 됨.
2. 직접 회사 홈페이지에서 어플라이 하기: 모든 회사가 링크드인에 올리지 않는다. 각 회사 홈페이지의 career 페이지에 들어가서 찾아봐야 한다.
3. Cold email 던져보자: 대기업이 아닌 작은 에이전시인 경우, 딱히 사람 뽑는다는 둥 이야기가 없다. 이때는 콜드 이메일을 던져보자. " 안녕! 나 유끼인데, 이러이러한 사람이야. 혹시 이런 사람 뽑으면 연락 줘!!!!" 의외로 답장이 온다.
이러한 노력 끝에 나는 과연 어떤 인턴쉽을 하게 되었을까?
다음에 이어서!
*2019년 취업준비 중에 관련 글을 올렸었다. 3년이 지난 지금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이 글의 마지막 말이 "사회에 쓰임 받고 싶다"였다. 다행히 이 작은 소망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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