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기열 KI YULL YU Dec 30. 2019

연말에 신년회라니!

껀터 사람은 연말에 송년회는 하지 않고 신년회를 한다. 연말에 송년회를 하여 묵은해를 보내고 신년회를 열어 새해를 맞이하는 한국과는 딴판이다. 나는 껀터시 초청을 받아 2017년 12월과 2018년 12월에 열린 신년축하파티에 참석하였다. 파티는 공연과 저녁식사 등을 포함하여 약3시간 진행되었다.

The Can Tho people have a New Year's party without a Old Year’s party at the end of the year. It is quite different from Korea, which lets a Old Year be gone with a year-end party and welcomes the New Year with a New Year's party. I was invited by Can Tho city and attended the New Year's Celebration Party held in Dec. 2017 and  Dec. 2018. The party lasted about three hours, including performances and dinner.    


껀터시 주최 신년회 축하공연(왼쪽, 2018.12.07,  오른쪽, 2017.12.08)


그러나 베트남 껀터에서 2년간 활동하는 동안 베트남인이 송년회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대신 연말에 신년회를 성대히 열어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했다. 이런 신년회가 처음에는 이상하고 신기했다. 두 번째는 그런가보다 하고 받아들였다. 왜 이런 전통이 생겼을까?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아쉬 운 점은, 물어봐도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묻고 물어도 답을 들을 수 없으면 문헌이나 자료를 찾아본다. 하지만 관련 문헌이나 자료 그리고 정보를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이에 대한 이유를 알고 있는 분이 있으면 알려주기를 바라는 까닭이다.


왜일까? 껀터에서 연말에 송년회 대신 신년회를 하는 이유는. 하도 궁금하여 그냥 궁금한 채 지나칠 수 없어 경험과 현지 상황을 바탕으로 추정이지만 내 나름 정리해보았다.


첫째, 베트남인 대부분은 아직도 새해를 뗏(Tết, 한국의 설과 같음)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뗏은 음력 1월 1일이고 베트남 최대명절로 이 날을 전후해 대개 1주일이 연휴다. 주말까지 합하면 10일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 뗏이 대개 양력 1월 말에서 2월에 있기 때문에 12월이 한 해를 마감하는 달로 취급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둘째, 껀터는 아직 농경사회 중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는데 열대지역이라 연중 농사가 가능하여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새해에 새로 농사를 시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4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는 모든 농사를 마무리 하여 겨울나기를 준비하면서 아쉬움이 많은 한 해를 보낸다. 그리고 다가오는 새해엔 자난 해에 부족했거나 실수를 거울삼아 농사도 잘 짓고 일도 더 잘해보겠다는 각오를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묵은해를 보내고 말고가 그다지 필요하지도 중요하지도 않다. 송년(送年)이나 망년(忘年)이란 말 자체를 들어보기 어렵고, 별로 사용되지도 않았다.


셋째, 계절이 뚜렷하지 않아 가는 해와 오는 해에 대한 감각이 무디고 해 바뀜이 주는 감동도 적기 때문이다. 묵은해와 새해의 경계가 뚜렷이 인식되지 않는다. 연 중 여름이니 항상 초록 세상이고 꽃들이 피어 있으니 해가 바뀌는지 그대로인지 전혀 분간이 안 된다. 해가 바뀌어도 해가 바뀐다는 느낌이 와 닿지 않는 게 사실이다. 연중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시간 또한 거의 일정하여 세월의 흐름에 따른 변화도 거의 느끼지 못한다. 껀터에 살면서 해가 바뀌고 새해가 되었다는 느낌을 주거나 알려주는 것은 다름 아닌 달력과 수첩이었다. 


넷째, 송년회는 안 해도 신년회를 연말에 하는 것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인간의 본능 때문이 아닐까 한다. 껀터인은 어렵고 고통스런 한 해를 잊기보다 그대로 놓아두지만, 밝은 새해를 기대하는 희망은 무척 큰 것 같았다. 


다섯째, 껀터인(베트남인)은 과거보다 미래를 더 중요시하는 것 같았다. 껀터인이 연말에 송년회를 하지 않고 신년회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껀터인은 연말에 송년회 대신 신년회를 한다. 송년회는 안 하지만 그들은 신년회를 통해서 새해엔 더 발전하고 행복하기를 희망한다. 과거를 잊지 않고 미래를 노래하는 베트남인에게 큰 축복이 내리기를 빈다. 

The Can Tho people hold a New Year's party instead of a Old Year’s party at the end of the year. No Old Year’s parties, but they hope to improve more and be happier in the New Year through the New Year's parties. I wish a great blessing to the Vietnamese who sing for the future without forgetting the past.        

작가의 이전글 두 손 위의 황금다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