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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Jan 15. 2018

베트남에서도 씨 없는 단감이 생산되다니!

베트남 재래시장에서 산 단감의 횡단면

감은 온대 낙엽 성 과일이라고 배웠다. 베트남에 오기 전까지는 감이 열대지역에서 생산된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 그런데 열대지역인 베트남에 와보니 단감이 생산되고 있으며, 시장이나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런 단감은 씨까지 없다. 흥미로운 일이다.



단감의 생산지는 베트남 중남부의 해발 1,000m이상에 위치한 달랏(Da Lat)이라 한다. 달랏은 베트남의 작은 파리, 베트남 연인들이 가보고 싶은 낭만의 도시, 꽃과 안개와 구름의 도시, 골프여행의 메카..... 라고 불리는 관광지역이기도 하다. 한국의 EBS 세계테마기행에도 방영된 적이 있다. 


한국에는 500년 이상 된 감나무가 ‘천연기념물’,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그 중 경북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에 있는 “하늘 아래 첫 감나무”는 530년 된 최고령 접목감나무다. 


어쨌든 베트남 시장에서 단감을 보니 반가웠다. 본 김에 단감을 사서 먹어보았다. 생각보다 달고, 맛도 괜찮다. 사각사각하여 씹는 질감도 좋다. 씨가 없어 먹기도 편리하다. 


껍질을 깎아 먹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깨끗이 씻어 그냥 껍질 채 먹는다. 껍질에는 과육(열매살)에 없는 양분이 많은 반면에 감나무에는 농약을 많이 하지 않아 잔류농약 걱정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물은 병해충의 침입을 막아 열매와 그 안의 씨를 보호하기 위하여 열매껍질에 나름의 병해충 저항성 물질을 가지고 있다. 그런 물질이 사람에게는 약이 되거나 건강에 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숲속에 가면 상쾌하고 치유효과가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식물이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내뿜는 물질 때문이다. 피톤치드(Phytoncide)로 알려진 이 물질은 곤충에는 해롭지만  사람에게는 이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저장성도 좋다. 열대과일은 대체로 저장성이 약해 사다 놓고 상해서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단감은 오래 두고 먹어도 괜찮다. 바나나는 사다놓으면 일주일 넘기기가 어렵지만 단감은 괜찮다.


베트남 재래시장에서 산 단감의 종단면

보기도 좋고 촉감도 좋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둥글납작한 모양, 오렌지 빛깔이나 연한 주황색깔로 시각적으로 좋다. 겉은 매끄러워 만지면 느낌도 좋다. 


게다가 값도 괜찮은 편이다. 2017. 11~12월에 재래시장에서 1kg(5개)을 20,000동(약1,000원) 주고 샀다. 


감나무는 열매뿐만 아니라 잎과 꽃으로 차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활용가치도 크거니와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문(文), 무(武), 효(孝), 충(忠), 절(節) 5덕(德)을 갖춘 나무로 사랑받아왔다. 잎은 넓어 말려서 종이 대신 글을 쓸 수 있으니 문, 먹감 재는 골프헤드를 만들만큼 탄력성, 강도를 가지고 있어 화살 같은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으니 무, 달고 부드러워 이가 없는 어른도 먹을 수 있으니 효,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붉거나 주황이니 충, 서리가 와도 굴하지 않고 나무에 매달려 있으니 절이 있는 나무라고 했다.


단감을 먹을 때 마다 생각하고 다짐한다. 

‘감나무 오덕을 조금이라도 갖추어보자.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우주 안의 티끌과 같다.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고, 내가 옳다고 알고 있는 것이 얼마든지 틀릴 수 있다. 절대로 자기의 짧은 지식을 가지고 남이 (알고 있는 것을) 틀렸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사실이라고 알고 믿고 있는 것들 중에는 사실이 아닐 수 있고 다름이 있을 수 있고 틀림이 있을 수 있다. 자기와 다르게 이야기할 때 좀 더 겸손히 경청해야겠다.’ 


달랏에 가게 되면 감나무 밭도 걸어보고, 주렁주렁 달린 감도 만지고 싶다. 몇 개 따서 나눠 먹고도 싶다. 달랏의 손짓을 거부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필자 주: 감나무는 중국 중남부가 원산지로서 동북아시아에만 있는 온대 과일나무다.  중략.......  열대지방에도 감나무 무리가 자라고 있으나 과일을 맺지는 않는다.(우리나무의 세계 1. 박상진,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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