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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Jan 22. 2018

모를 때 베트남인은 어떤 행동을 할까?

말이 안 통할 경우 가장 쉬운 해결방법의 하나는 보디랭귀지(신체언어)의 사용이다. 그 중에서도 손짓 발짓이 많이 사용되고, 둘 중에서도 손짓이 우선한다. 손짓은 보기에 거부감이 적으며 다양한 표현을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을 보러 가 값이나 물건 이름을 영어로 물으면 잘 못 알아듣는다. 무슨 말인지 모른다. 그러면 그들은 대부분 오른 손을 들어 손목을 돌리며 손을 흔든다. 이런 손짓으로 모른다는 것을 간단하게 표현한다. 한국 어린이들이 별의 반짝거림(Twinkling)을 표현할 때 ‘반짝 반짝 작은 별’ 노래 부르며 흔드는 손 모습과 흡사하다. 흔드는 속도가 빠른 게 다르다.


맨 처음 이런 모습을 접했을 때는 좀 이상했다. 호기심도 컸다. 그러나 그것이 ‘모른다.’는 뜻임을 안 뒤부터는 나도 가끔 모른다고 말하고 싶을 때는 không biết(모른다.)이라고 말하기보다는 베트남인과 같은 행동의 손짓을 하게 된다. 


손을 별모양으로 돌리다 웃음이 터진 재래시장 아주머니의 환한 미소

그 손짓언어가 때로는 말로 하는 것 보다 서로를 가깝게 만들어주는 기분이다. 나의 그런 손짓이 베트남인, 특히 시장 아주머니들에게는 재미있는 모양이다. 배꼽 빠질 듯 막 웃는다. 웃는 중에 서로가 친밀해지는 것 같다.


껀터 시내 거리를 걷다가 길을 묻거나 해도 역시 모르면 거의 대부분이 오른 손을 들어 별모양을 하며 흔든다. 아직 ‘콩 비엣’이라고 말로 하는 사람은 만난 기억이 없다. 오히려 내가 ‘콩 비엣’이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한다. 


길 위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상점, 커피숍, 백화점, 식당에서는 물론 사원의 스님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다소 들어 보이는 여 스님도 그랬다.


이런 손짓은 ‘아니다(No).’의 표현으로도 사용된다. 같은 손짓이라도 상황과 물음에 따라 모른다와 아니다가 된다. ‘모른다.’와 ‘아니다.’는 전혀 다른 뜻인데도 그런다. 이런 점은 손짓언어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모른다, 아니다’를 강조할 때는, 드물지만 손과 함께 얼굴도 같이 흔든다. 얼굴 흔드는 모양은 한국 아기들이 ‘도리도리’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웃기도 한다. 나도 가끔 그래본다. 그리고 서로 웃고 즐거워한다. 


작은 손짓이 사람을 웃게 하다니! 

손짓 하나로 누군가를 웃게 할 수 있다. 순간이나마 즐거워하게 할 수 있다. 얼마나 멋지고 값진 일인가! 게다가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소통(Hiểu nhau, 疏通)까지 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一擧兩得)이 아닌가! 


누군가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면 여럿 앞에서 망가질 수도 있다. 하물며 손짓하나로 상대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면야 얼마든지 그러려고 한다. 웃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럴수록 세상은 더 평화롭고 더 넉넉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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