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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Jan 29. 2018

화장실에 화장지는 없어도 비데는 있다

화장실에 화장지가 우선일까? 비데가 우선일까? 화장지가 먼저라고 알고 살아왔다. 그러니까 화장실에 비데는 없어도 화장지는 있어야 한다. 많은 나라를 여행해 봤지만 거의 다 그랬다. 그런데 베트남은 좀 다르다.


내 아파트 화장실

베트남엔 화장지 없는 화장실이 많다. 반면에 화장지는 없어도 샤워기형 비데(Bidet Shower)는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 화장실도 화장지 걸이는 없고 비데는 있다. 


가정뿐만 아니다. 호텔 등도 화장지 걸이는 없고 샤워기형 비데는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호텔은 문제가 안 된다. 더러 두루마리 화장지가 걸려 있지 않지만 질 좋은 상자 화장지(Tissues)가 비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화장지 없는 비데 화장실이냐, 아니면 비데 없는 화장지 화장실이냐는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샤워까지 할 수 있고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경우는 현 수준의 화장지 없는 화장실도 견딜만하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에게는 현재의 샤워기형 비데로는 청결 측면 등에서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어서 불편하다. 


어쨌든 베트남이 화장지 없는 화장실을 지향(指向)하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현재의 샤워기형 비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샤워기형 비데를 일본이나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전자자동형 비데(예를 들어 일본 Toto 회사의 제품인 Wash-let)와 같은 것으로 개선했으면 한다. 일본의 경우 화장지 없는 화장실(Paperless Toilet)이 일반 가정에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찌민 BiZo Hotel

일본 등 선진국의 비데-화장실(Toilet-Bidets)에 설치된 전자자동형 비데는 씻은 후에 건조까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따뜻한 시트(Seat), 탈부착이 가능하며 세정과 건조를 하는 비데가 대변을 보고나면 필요한 일을 자동으로 해준다. 한국도 이런 비데가 가정에 보급되고 있다.


항문용 화장지 없는 화장실, 세계적 추세로 보면 베트남이 추구하는 방향은 맞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단순 샤워기형 비데만으로는 부족하다. 비데를 샤워기형 수동 비데가 아닌 전자자동형 비데나 그와 동등한 성능을 가진 비데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항문용 화장지를 사용하지 않고 비데만으로도 불편하지 않고 위생적이도록 비데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샤워기형 비데만으로는 개운하고 위생적일 만큼 항문 등의 청결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은 편리함을 추구하는 존재다. 편하고 좋은 것은 사람이 찾게 되어있다. 화장지 없는 비데-화장실도 청결하고 사용하는 편리함이 사람들에게 와 닿으면 앞으로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베트남이 더 발달해서 말 그대로 명실상부한 항문용 화장지 없는 현대화된 비데-화장실이 대중화되기를 기대한다. 


아무리 비데가 발달해 비데-화장실이 대중화되어도 화장실에는 화장지가 필요할 때가 있다. 항문용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할 화장지가 비치되어야 할 이유이다. 화장지 품질이 향상되고 용도가 다양해지면 더욱 그렇다.


필자 주: 비데(프랑스어 bidet)는 주로 대소변을 본 후 항문이나 국부(局部)를 씻는 데 쓰는 기구다. 여러 자료에 따르면 비데는 17~18세기에는 주로 여행을 오래할 경우 여자의 피임(避妊)을 위한 Chamber pot로 침실에 있었다. 그러다 콘돔, 피임약 등으로 피임이 간편해지고 배관시설과 장비의 발달로 침실에서 화장실로 옮겨가면서 수동형, 샤워기 형, 전자자동형 등으로 변형 발전되었다. 베트남의 비데는 샤워기 형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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