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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Feb 05. 2018

해먹 세상! 껀터

껀터엔 집에도, 식당에도, 나무사이에도 빠지지 않고 있는 게 있다. 해먹(Hammock, 베트남 명-cái võng)이다. 해먹은 껀터와 메콩델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물건 중 하나다. 때론 한 낮엔 보였다가 아침저녁엔 사라지기도 한다. 해가지면 더위가 시들해지는 데다 해먹은 휴대와 설치가 간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껀터시에 해먹이 많은 까닭은 무엇일까? 내 나름의 이유는 이렇다.


첫 번째는 기후 탓이다. 껀터시는 메콩델타로 알려진 베트남 남부의 중심에 위치하여 고온다습하다. 연중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특히 우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와 습도가 80%를 웃돌기도 한다. 지난해 아파트 옷장에 걸어둔 신사복을 입으려 꺼냈더니 곰팡이가 하얗게 피었다. 할 수 없이 세탁을 하였다.

 

두 번째는 에어컨 말고는 이런 고온다습을 피할 수 있는 특별한 수단이나 방법이 여의치 않다. 여건이 허락되면 에어컨을 설치하고 주택을 통풍 등이 잘 되게 개량하면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서민들의 가정에서는 아직은 에어컨 설치 등은 경제적으로 힘이 부친다.


세 번째는 한 낮이라도 나무 그늘아래는 더위를 견딜 만하고 땅위로 떠 있으면 습함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그런데 해먹은 집 안이나 나무 사이에도 설치할 수 있을 만큼 작은 공간만 있으면 되고 설치와 이동이 간편하고 돈이 적게 든다. 


이처럼 기후, 경제, 간편성 측면에서 해먹이 더위와 습함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수단이다. 서민들 처지에서 이런 고온다습함과 곰팡이 등의 피해를 피하는 수단으로 해먹만한 것은 아직 없다.


식당 손님들이 해먹에서 휴식

해먹은 스프레드 바(Spread Bar)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는 데 껀터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거의가 스프레드 바가 없는 그물 형이다. 이것은 누우면 펼칠 수 있는 그물(?)과 양 끝에 동여맬 수 있는 끈이 전부다. 


생각할수록 해먹은 친환경적이고 자연 중심적이며 경제적인 피서용품이자 피서 수단이다. 그  때문인지 껀터지역은 해먹 세상이다. 한낮엔 식당이나 나무 사이에 설치한 해먹 위에 많은 사람들이 누워 더위를 식히며 휴식을 취한다. 


나는 주말에 하우강이나 시내 변두리에 가서 해먹에 누워서 휴식을 취해보았다. 나무그늘 아래 해먹은 에어컨 안 부러울 정도로 괜찮았다. 다만 보기와는 다르게 오래 누워 있으니 허리가 아팠다. 

Quilted_hammock. source- Hammock Universe

해먹 제조업자는 이런 점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 요즘에는 해먹이 고급화 특수화되고 있다. 이들은 주로 해변이나 숲 등 관광지와 휴양지에서 사용된다.


예를 하나 들면 넓고 튼튼한 스프레드 바가 있고, 그물 바닥을 두껍게 만들어 침대 형으로 만든 퀼트 해먹(Quilted Hammock)이다. 재질을 고급화 하고 침대처럼 탄력이 있어 오래 사용해도 허리가 불편하지 않고 양 면을 다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껀터의 해먹 세상은 오래갈 것 같지 않다. 지금도 껀터시내의 중심가에서는 해먹의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호텔이나 은행 등 찾는 사람이 많은 시설은 냉방시설이 잘 가동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반 주택이 개량되고 에어컨 설치가 늘어나다 보니 해먹의 필요성이 낮아지고 있다.


이런 변화의 물결을 보고 있노라면 해먹을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래도 좋다. 베트남이 부강해지고, 생활수준이 향상되어 국민이 잘 살고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


필자 주: 기둥이나 나무 사이에 매달아 침상으로 사용하는 그물침대다. 남미 원주민들이 처음 사용했으며 ‘하모카스’라고 불렸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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