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열의 씨알여행 219-파파야
파파야는 꾀돌이다, 풀과 나무 양쪽에서 생존에 유리한 특성을 골라 가져 더러는 풀처럼 더러는 나무처럼 산다. 단성화로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는가 하면 암수술이 같이 있는 양성화도 있어 최악의 환경에서도 맛난 열매를 많이 맺는다. 열매에는 수백 개의 씨가 젤 같은 물질로 싸여 있다. 지혜로운 생존전략으로 대를 잇는 데 전혀 빈틈이 없어 감탄스럽다.
▴파파야는 풀인가 나무인가?
파파야는 완전한 풀도, 완전한 나무도 아니다. 풀 입장에서 보면 나무의 특성을 가진 특수한 풀이고,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풀의 특성을 가진 특별한 나무다.
한 해가 지나도 지상부가 살아 있고, 수년간 오래 살 수 있으며 줄기가 나무처럼 굵고 단단하며 높이 자라는 점은 나무의 특성이다. 그런가 하면 줄기 속이 비어 있고, 부름켜(형성층)가 없으며 생애주기가 1~1.5년 이내로 짧은 점은 풀의 특성이다.
식물학적으로는 파파야는 정체성이 모호한 경계식물이며 회색식물로서 이중성이 강하다. 이것은 파파야가 엄혹한 생태환경에서 살아남아 대를 이어가기 위해 나름대로 터득한 생존전략(지략)이다.
▴파파야는 풀과 나무 양쪽의 장점을 지녔다.
파파야는 풀과 나무의 특성 중에서 생존에 유리한 특성을 골라 가져 더러는 풀처럼 더러는 나무처럼 산다.
-나무의 장점: 파파야는 오래 살아 줄기 밑동이 40cm가 넘기도 하며 높이가 5m이상 되기도 한다. 그래서 통나무처럼 단단하며 지지력이 강하다. 때문에 1kg이 넘는 무겁고 큰 열매를 수십 개 맺을 수 있다. 풀로는 크고 맛있는 열매를 많이 생산하기 어렵다.
겉껍질은 잎과 열매가 달렸다 떨어진 흉터로 빽빽이 덮여 있다. 상처와 흉터를 부끄러워하기보다 훈장처럼 영광스럽게 달고 있는 모습이 대견하다. 나무특성이 있어 환경적응성과 병충해 저항성이 강하고, 매년 심지 않아도 여러 해에 걸쳐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그러나 줄기는 가운데가 비어 있고 목질이 아닌 주로 섬유질에 가까운 물질로 이루어져 목재로 사용하기는 적합하지 않다.
-풀의 장점: 파파야는 오래 살지만 풀처럼 빨리 자라고 생애주기(life cycle)가 짧아 씨를 심으면 1.5년 이내, 30cm묘를 심으면 5~7월 뒤에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따라서 한번 심으면 한 곳에서만 오래 살아야 열매를 생산하는 나무와 달리 풀처럼 쉽게 이동하며 재배지역을 다양화하고 확대 할 수 있다.
▴생식기관과 수단이 다양하다
파파야는 생식에 관한한 대단히 특별하다. 어떤 악조건에서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생식(生殖)과 번식(繁殖)을 할 수 있는 식물이다. 왜냐면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는 단성화가 대세지만 암술과 수술이 같이 있는 양성화도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는데, 자료에 따르면 수나무에서도 열매가 달린다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꽃 역시 밤에 주로 피는데, 이는 야행성인 나방을 이용하여 꽃가루받이를 하기 위해서다.
번식은 주로 씨로 한다. 그러나 조직배양이나 삽목(揷木) 번식도 한다.
▴씨 생산량이 많다
파파야 1개 열매에는 수백 개 씨가 있다. 씨는 젤 같은 물질로 싸여 있어 병해충의 피해를 막고 있다. 씨를 생산하고 후대를 잇는 존속노력에 빈틈이 없다.
파파야는 정말 대단한 꾀쟁이다. 풀과 나무의 좋은 점을 취하고 다양한 생식방법을 통하여 어떤 악조건에서도 대를 잇고 살아가는 파파야의 지혜로운 생존전략에 고개가 숙여진다. 기후변화와 질병과 같은 위기를 마주하는 지금, 인간 역시 어떤 생존전략을 세울 것인지 함께 고민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필자 주
1. https://www.wikihow.com, https://www.researchgate.net, https://www.reddit.com을 참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