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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Mar 05. 2018

세상에나, 이런 여행을 해보다니!!!

캄보디아 프놈펜을 흐르는 메콩 강과 톤레 삽(Tonle Sap)강에서 2층 반짜리 유람선을 타고 일몰과 디너 크루즈여행을 했다. 손님은 나 혼자였다. 여행비용은 26달러고, 여행이 다 끝난 후 호텔로 와서 가이드에게 직접 주었다. 영수증을 달라고 했더니 없다며 걱정마라고 했다. 세상에 이런 여행을 해볼 줄 꿈엔들 알았으랴!


시엠 립(Siem Reap) 관광을 마치고 프놈펜으로 돌아온 2018년 2월 22일이었다. 약속 시간인 오후 4시 40분이 되자 숙소인 Queen Wood Hotel로 가이드가 왔다. 호텔서 예약한 일몰(Sunset) 및 디너 크루즈(Dinner Cruise)여행을 하러 그를 따라 나섰다. 차를 타고 약10분정도 갔을까? 가이드는 주차를 하고 선착장으로 안내했다.

내가 혼자 탄 유람선인 Mekong Tara Prince(왼쪽)

정확히 오후 5시였다. 유람선(Mekong Tara Prince)에 올라탔는데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이상하고 불안했다.

가이드에게 왜 손님이 없냐고 물었다. 

‘혼자입니다. 당신이 오늘 왕입니다. You are alone. You are a King today.’ 


30대 초로 보이는 세맷(?)이라는 가이드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기분이 묘하고 황당하기도 했다. 

‘이 큰 배를 혼자 타고 여행을 하다니! 이렇게 손님 한 사람밖에 안 되어도 약속대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하다니!’

정신을 가다듬고, 혼자 속으로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을 했다.


선착장을 떠나 배는 강물 위를 미끄러지듯 갔다. 2.5층에 있는 나에게 가이드가 다가와 물었다. 

‘포도주, 맥주, 럼, 보드카 등이 있는데 무슨 술을 하시겠습니까?’ 

나는 고루 먹고 맛보고 싶어 대답했다. 

‘있는 것 조금씩 다 마시고 싶어요.’


조금 뒤에 포도주와 럼(Rum)을 각 1잔씩 가져 왔다. 안주는 볶은 땅콩이 다였다. 강바람 탓인지 럼 한잔을 마셔도 괜찮았다, 물론 목 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내내 타는 듯 따가움과 짜릿함을 느꼈다. 가이드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술을 잘 마신다고 했다. 그런 후 포도주를 조금씩 마셨다.  강바람과 주변의 낯설지만 아름다운 풍경이 좋은 안주가 되어주었다.


배가 선착장에서 멀어질수록 프놈펜 도시 속으로 붉은 태양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대체로 일몰이나 일출은 평원의 지평선과 바다와 강의 수평선 너머로 보아야 아름답다. 헌데 오늘은 도시 빌딩 속으로 해가 빠져들었다. 해가 지자 프놈펜엔 전등불이 하나 둘 켜졌다. 배에도 조명등과 장식등이 켜졌다.


유람하면서 바라본 프놈펜 하늘의 노을

가이드는 바비큐라며 닭 날개와 다리 구이를 한 접시 가져왔다. 망고와 파인애플도 한 접시 곁들였다. 적포도주 한 잔을 또 가져왔다.

배 주변은 어둡다. 어둠 속 멀리 강 주변의 집과 건물의 전등불빛이 희미하게 보였다. 강 가운데로 가니 작업하는 모래 채취선의 불빛은 대낮처럼 밝았다. 쉼 없이 돌아가는 기계소리가 요란했다. 야근에 익숙한 나에겐 밤에도 일하는 모습이 그다지 낯설지 않았다.


프놈펜 하늘의 노을, 야경, 실크 섬과 수상가옥(水上家屋)을 강바람을 맞으며 즐기다 보니 2시간20분이 금방 지나갔다. 프놈펜 위 석양은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수 천 개의 전등불빛이 어둠 속에서 프놈펜시의 야경을 들추어냈다. 좀 더 강위를 떠다니며 강바람과 야경을 만끽하고 싶었지만, 가이드의 여행이 끝났다는 말에 언제일지 모르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배에서 내렸다. 강을 따라 나 있는 보행자 도로에는 사람들이 붐볐다.


유람선에 선 본 프놈펜 야경

가이드랑 같이 주차장에 가서 차를 타고 내가 묵고 있는 호텔로 돌아왔다. 여행비용을 호텔에 주었냐고 물어 안 주었다 했더니, 자기에게 달라고 해서 주었다. 영수증을 요구했으나 괜찮다며 주지 않았다. 유람선에 혼자타고 여행한 것도 그렇지만 영수증을 받지 않아도 괜찮다니 세상 믿을 만하지 않은가!


이렇게 홀로 한 크루즈 여행은 신기함, 놀라움, 만족 그 자체였다. 거창하지 않았고 놀래 키지 않았지만 그대로 그냥, 아니면 그냥 그대로 좋았다. 여행을 하다 보니 이런 여행도 해보았구나 하는 생각하나만으로도 좋았고 만족했다. 

더는 새로운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살다보면 새로운 일은 언제든 생길 수 있다. 이번 여행이 이를 증명한 셈이다.


필자 주

1. 내가 탄 유람선에는 선장, 선장 부인(내가 먹는 음식 요리), 그들의 5~7세 되는 아이들 2명과 가이드, 그리고 손님인 나 이렇게 6명이 있었다.

2. 실크 섬은 그곳에서 누에를 많이 기르고 실크와 관련된 일을 많이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3. 2층 배이나 2층의 일부를 조금 더 높게 만들어 계단을 올라가도록 되어 있어 2.5층으로 보았다. 그 2층보다 조금 높게 만들어진 곳에 앉아 식사하고 술 마시고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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