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열의 일상다반사 일본편향의 2025 학력평가원 국사교과서 승인은 잘못
한일간 역사교과서논쟁은 1982년 일본이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내용을 왜곡한 이후부터 연례행사가 되었다. 중요 쟁점사항은 일본의 한국식민지배가 진출이냐 침략(탈)이냐, 한국여성의 일본군 위안부가 자발적이냐 강제적이냐, 한국인의 참전(參戰)과 광산(鑛山)등에서의 노역이 자발적이냐 강제징용이냐, 한국영토인 독도에 대한 일본의 분쟁지역화 등이다. 나는 이러한 쟁점사항은 일본의 터무니 없는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런데도 이들 쟁점들이 해결이 되기는커녕 현 정부 들어 오히려 더 꼬이고 일본측 의도대로 되어가는 듯하여 안타깝다.
1982년에 나는 호주정부의 초청을 받아 시드니에 있는 영어학습센터(EPC, English Preparation Center)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있었다. 교육생 중에는 나와는 달리 자기 돈으로 그곳에 유학을 와서 공부하는 일본 동경대학 법대생이 있었다. 이웃나라 학생이라 친근감이 있어서인지 법대생이랑 잘 지냈다.
그런데 그 해 9월26일 일요일이었다. 정구를 치고 재미 있게 놀은 뒤 우연히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내가 법대생에게 일본의 역사교과서 수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학생은 별로 관심이 없지만 일본이 잘 하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일본 역사교과서를 고치는 일에 왜 한국이 간섭하면서 갑론을박하는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한국의 행동에 대해 못마땅해 했다.
나는 학생에게 말했다.
“일본이 일본 역사교과서를 고치는 일은 학생 말대로 일본이 얼마든지 맘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이 한국과 관련된 것인데다 수정한 내용이 거짓으로 왜곡되었기에 사실대로 하라는 것일 뿐이다."
내 말을 들은 학생은 왜곡된 내용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대표적인 하나는 1910년에 일본은 한반도를 무력으로 침략하여 1945년까지 식민 통치한 게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 역사적 사실을 침략이 아닌 진출로 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내 이야기를 듣고 난 학생은 “자기는 학교에서 진출로 배웠다.”고 말하면서 “어쨌든 한국이 일본이 하는 일에 끼어드는 것은 이해 못하겠다. 그리고 자기는 이런 일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대화를 할수록 서로간 언쟁이 격화되어 싸움을 하기 일보 직전까지 갔으나 다른 교육생들이 말려 가까스로 불미스러운 일은 면하였다.
그런 일이 있은 지 4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러한 한일간 역사쟁점은 해결되기는커녕, 현 정부는 일본의 왜곡된 내용과 같이 ‘일본군 한반도 침탈을 진출’이라고 서술한 뉴라이트 인사들이 집필한 한국학력평가원의 2025년 국사교과서를 검정 통과시켰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일본의 한반도 침략에 대한 역사문제로 일본 법대생과 언쟁을 한 나만 바보 된 것 같아 씁쓰름하다. 이런 한일문제에 대하여 지나치게 친일로 기울고 우매해 보이기까지 하는 현 정부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필자 주
1. 프레시안, "일본군 한반도 '침탈'을 '진출'이라는 교과서로 학생들 가르쳐야 하나" 2024.09.12.
2. 한겨례, [사설] 뉴라이트 집필 한국사 교과서, 역사 왜곡 우려 크다. 2024.09.03
3. 폴리뉴스, 이슈-한국사교과서 ‘우편향’ 논란. 야 “뉴라이트 교과서 역사쿠데타” 2024.09.05.
4. 세계일보, 일본 교과서 문제 어떡하나…. 한일역사공동위원회 복원도 한 방편, 이우승의 이슈 돌아보기’ 2024.05.04 등을 참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