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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Mar 25. 2019

사막장미, 나를 3번 놀래 키고 즐겁게 해

사막 장미를 보고 나는 3번 놀라고 즐거워했다. 감동되기도 했다. 첫 번째는 꽃 안에 씨방을 본 때였다. 열매가 없다는 이곳 사람들과 달리 꽃은 갖춘꽃으로 꽃 안에 씨방이 분명히 있었다. 두 번째는 흙 한 점 없이 벌거벗은 뿌리를 본 때였다. 그렇게 뿌리가 노출된 채 30도를 웃도는 땡볕에 놓았다가 심어도 산다는 사실에 놀랐다. 세 번째는 이곳 누구도 보지 못했다는 열매와 씨를 발견했을 때였다. 열매와 씨는 아름다운 꽃모양과는 완전 딴판이었고 씨는 축(軸)에 2개 수레바퀴가 연결된 것 같았다. 

Having seen the desert roses, I was surprised and felt joyful three times. I was also touched. The first was when I saw the ovary in the flower. Unlike the people here who have no fruits, the flowers were complete one even with the ovary definitely. The second was when I saw the naked roots without a single of soil. I was surprised to know that the roots were exposed and placed under the hot sunlight of over 30℃ before being planted. The third was when I discovered the fruits and seeds that no one here had ever seen. The fruits and seeds were completely different from the beautiful flower shape. The seeds seemed to have two wheels connected to the axis.    


베트남 남부에서 관상식물로 사랑받는 사막장미(Desert rose) 학명은 Adenium obesum으로 보인다. 이들 사막장미는 재배(개량)품종이 많아 모양이 조금씩 다를 수 있고 특히 꽃 색은 붉은 색만 있지 않고 품종에 따라 붉은색, 진한 빨강색, 하얀색 등 다양하다. 홑꽃이 대부분이나 겹꽃도 보았다.


잎은 가지 끝 부위에 밀집되어 어긋나 달리며 녹색이다. 모양은 자루가 거의 없는 긴 주걱 모양이다.


사막장미 꽃-꽃받침과 꽃봉오리 그위 수술, 수술 암술과 씨방, 꽃잎

꽃은 완전 갖춘꽃으로 양성화이며 좁쌀 크기의 연한 연두색 씨방이 분명히 있다. 씨방을 본 순간 기뻤다. 꽃은 가지 끝에서 피며, 통꽃이지만 끝은 5조각으로 갈라진다. 색은 주로 붉은 색이고 꽃잎 안쪽(통꽃 부위)은 흰색에 가깝고, 거기에는 분홍이나 붉은 색 세로줄이 3개씩 있다. 


꽃 밭침은 아래는 붙어 있지만 윗부분은 5조각으로 갈라지고 끝은 뾰족하다. 


수술은 5개이며, 수술대엔 잔털이 있다. 꽃봉오리 때는 수술이 꽃봉오리 밖으로 나와 있다. 암술은 1개이며 수술보다 짧다. 씨방은 연녹색 둥근 모양이며 암술대는 매끄럽고 암술머리는 녹색 빛을 띠기도 한다.

 

가지와 줄기는 다육질로 잎보다 물을 많이 저장해 건기에 활용한다. 줄기 아래 밑 둥은 항아리 모양으로 굵으며 관상가치가 있다. 뿌리는 줄기 밑 둥보다 가늘고 꼬리 모양이며 희지 않다. 


햇볕 아래의 흙을 다 털어낸 뿌리와 줄기

“아! 사막장미가 너무 더운가봐, 홀딱 벗고 있네.”

흙 한 점 붙지 않은 사막장미 3그루가 긴 의자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주인과 스마트폰 구글 번역기를 이용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뿌리를 흙으로 싸지 않고 30도가 넘는 고온과 햇볕에 노출시켜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했다. 오히려 분갈이 할 때 이렇게 어느 정도 말려서 심으면 더 좋다고 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뿌리를 어느 정도 건조 시키고 분갈이 때 건조한 흙을 사용하는 것이 뿌리 썩음 병 방지에 좋다고 했다.


이렇듯 꽃, 잎, 줄기, 가지 등은 있는 데 열매는 보이지 않았다. 1년간 관심을 갖고 열매를 찾았으나 허사였다. 물론 이곳 사람들에게 열매를 물었으나 “모른다. 없다. 보지 못했다.”는 대답뿐이었다. 심지어 60이 넘은 노인도 자기는 열매를 본 일이 없고,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꽃이 피고, 그것도 암술 수술, 씨방이 있는 데 열매가 없다는 것을 믿기 어려웠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여 열매를 찾았다.


붕타우 가는 길 휴게소(식당)에서 처음 본 사막장미 열매

그 덕택인가! 놀랍게도 베트남에 온지 1년 2개월이 되는 2018년 10월 05일이었다. KVIP 직원과 함께 붕타우 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고 떠나려고 나오는 참이었다. 사막장미가 있어 보았더니 거기에 열매가 달렸다. 처음엔 열매인지 아닌지 조차 몰랐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열매가 맞았다. 딱 1개가 달렸다. 길고 끝이 가는 막대모양이었다.


시간이 없어 사진만 찍고 차를 타고 떠났다. 주인에게 빈말이라도 따서 보내달라고 할 걸 하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다.


그 뒤 2주째인 2018년 10월 19일 롱안 성(Long An Province) 탄호아 군(Thanh Hoa District) 농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을 갔다. 군청 앞에 사막장미 화분이 여러 개 있었다. 키가 1m가 넘고 밑 둥 줄기는 30여cm나 되는 큰 사막장미도 있었다. 여유 시간이 있어 이들 사막장미를 보고 있는 데 또 딱 1개의 열매가 달려 있었다. 사진을 찍고 회의에 참석한 도정(Rice Milling)공장 직원에게 열매가 익으면 따서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다.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그러나 열매는 보내오지 않았다.


그렇게 2018년이 지났다. 그러던 2019년 2월 17(일요일)일 시장가는 길을 산책하다가 정말 우연히 어느 집 앞 화분에서 사막장미 열매를 발견했다. 이때도 딱 1개였다. 열매를 채취해서 씨를 보고 싶었지만 1개이고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알 수 없어 따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이번에도 사진만 찍었다.

그날로부터 1주일이 지난 2월 24일에 다시 그곳을 찾아 갔다. 


갓털 끈이 풀려 수레 모양을 한 씨

“와! 씨다!”

열매가 벌어져 씨가 붙은 채 달려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나온 탄성이었다. 아마도 그때 가지 않았으면 열매와 씨가 떨어져나가 볼 수 없었는지도 몰랐다. 정말 다행이었다.


꽃이 피고, 씨방이 있으면 분명 열매와 씨가 있다는 내 생각이 맞다 는 것을 또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열매는 길이 15~30cm, 지름 1.5~3.0cm의 긴 둥근 막대 모양으로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져 뾰족해진다. 색은 주홍빛에 가깝고 익으면 암적갈색이 된다. 겉에는 이음선이 세로로 1개 있으며, 익으면 이곳이 벌어져 씨를 내 보낸다. 벌어지면, 중앙 이음선만 벌어지므로 2조각이 되지 않고 긴 조각배 모양이 된다. 열매껍질은 딱딱하나 가벼운 편이다.


1개 열매에는 100개가 넘는 씨가 들어 있었다.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것처럼 열매 안에 가득 차 있었다. 

씨는 얼핏 보면 둥근 막대처럼 보이나 3면으로 된 세모 막대이며 양쪽 끝도 세모다. 크기는 길이 0.8~1.2cm, 한 변의 너비 0.8~1.2mm이다. 이 양쪽 끝에 길이 3.5~5.0cm의 관모가 수십 개 이상이 붙어 있다. 관모(갓털, 冠毛)는 모여서 한 가닥 실끈처럼 씨 양 쪽에 붙어 열매 안에 가로로 들어 있었다. 


관모 끈은 씨가 열매에서 떨어져 밖으로 나오자마자 바로 펼쳐져 씨 알갱이 즉 축(軸)에 2개의 수레바퀴가 붙은 것처럼 된다. 관모 하나하나는 머리카락을 수십 갈래로 갈라놓은 것처럼 가늘고 부드럽고 가볍다. 그래서 약간의 바람기만 있어도 공중으로 날아오르거나 바닥을 굴러간다. 사막에서 씨가 모래에 묻히지 않고 씨를 멀리 보내기 위한 사막장미 나름의 지혜다.


여러 개의 씨를 널어놓으면 갓 털끼리 서로 붙어 원을 이루기도 하는 데 이 모습이 마치 강강술래 놀이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관모는 쉽게 씨 알갱이에서 떨어진다. 이것은 씨가 멀리 날아가 떨어진 곳에 정착하기 위한 사막장미의 지혜다. 관모가 잘 안 떨어진다면 계속 굴러다니거나 공중을 날아다녀 땅에 뿌리를 내리기 어려움을 알기 때문일 게다.

씨껍질은 1mm도 안 되게 얇으며 잘 부서진다. 알갱이 속은 희다. 맛은 쓰다.


나는 사람들에게 무슨 즐거움과 감동을 어떻게 줄까? 사막장미 꽃, 줄기, 뿌리, 열매, 씨를 본 뒤에 스스로에 묻는 물음 중 하나다. 

What joy and touching can I give people? And how? It is one of the questions that I have asked myself after seeing the desert rose’s flowers, stems, roots, fruits, and seeds.    


필자 주

다음 백과사전의 사막장미 학명 Adenia globosa는 잘 못된 것 같다. 검토하여 오류라고 판명되면 수정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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