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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Jul 01. 2019

자기 삶에 만족하는 목공

자기 삶에 만족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많지는 않을 테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 내가 본 청년 목공이 그런 사람 중의 하나로 여겨진다. 

How many people are satisfied with their lives?  Not many, but there are such persons. The young carpenter I have seen is regarded as one of those people.  

  

집에서 시장가는 길옆에 조그만 목공소가 있었다. 걸어서 시장갈 때마다 보면 앳되어 보이는 소년이 혼자 나무 조각을 했다. 

 

조각하는 Mr. Le Van Trung


몇 번 양해를 구하고 안으로 들어가 구경을 했다. 몇 점의 완성된 작품이 웃음으로 나를 반겼다. 실내는 온통 나무부스러기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먼지투성이였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수십 가지의 조각용 공구들만은 나무 널빤지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목공은 내가 보거나 말거나 오직 조각만 만들었다. 그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한 쪽에 서서 조용히 일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나무 방망이로 끌 머리를 살살 두들겨 이리저리 조각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끌 두들기는 소리가 타악기 소리처럼 들렸다. 아니 악기소리보다 훨씬 더 리드미컬하고 좋았다. 한국 아낙네들의 다듬이질 소리를 연상하게 했다.   

  

나무를 다루는 기술 또한 남달랐다. 나무방망이와 끌만으로 나뭇결을 mm수준으로 갉아 내거나 쪼아 냈다. 작품을 만드는 솜씨는 물론 열정도 대단했다. 


얼마쯤 지났을까? 그가 작업을 멈추었다.

“대단해요. 이 일을 한지 얼마나 되었어요?”

나를 쳐다보았다. 웃었다. 정말 앳되어 보였다.

“10년 되었어요.”

“10년이라고요? 10대 소년처럼 보이는 데요.”

그는 수줍어했다.

“25살이에요.”

25살이라는 그의 말에 내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맞았다. 청년은 나이에 비해 정말 어려 보였다. 어린애처럼 천진무구(天眞無垢)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매일 이렇게 어두컴컴한 곳에서 이런 일만하면 지겹지 않나요?”

“아니요. 좋아요.”

지겹다는 말 대신 좋다는 말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해요?”

“예.”

아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청년은 정말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했다. 자기가 원하는 조각이 완성되면 정말 즐겁고 기쁘다고 했다.    

그 청년 목공예가 이름은 Mr. Le Van Trung이라고 했다. 


나는 그 나무 조각가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한 달 뒤쯤 다시 그곳을 찾았다. 결혼은 했는지? 공부는 얼마나 했는지? 이 일을 한 계기가 무엇인지? 누구에게서 어디서 어떻게 배웠는지?  ...등등을 알고 싶었다. 그러나 그곳에 그 청년은 없었다. 사람들은 그 집이 재개발예정이라 그 청년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고 했다. 청년이 이사 간 곳을 물었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 뒤 나는 청년을 더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청년 목공예가의 해맑은 미소와 평화로운 얼굴은 잊혀 지지 않는다. “자기 삶에 만족한다.”는 그의 주저 없는 대답이 가끔 귓가를 맴돌기도 한다.


그를 만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목공의 삶은 내가 살아가는 데 힘이 되어주고 있다. 나도 그 청년처럼 나의 삶을 사랑하고 삶에 만족하며 살고 싶다. 내 마음과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고 싶다. 

I can't meet him. But the carpenter's life is giving me strength to live. I‘d like to love my life and to be satisfied with my life like that young man. I want to have a smile on my heart and 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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