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의 노래 1

루카의 생일

by yukkomi

루카의 생일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평야 한가운데 자리 잡은 크레모나. 겨울의 잿빛을 밀어내고 연한 녹색빛으로 깨어난 4월의 어느 날이었다.
광장에는 작은 테라스 카페가 다시 문을 열었고, 사람들은 젤라또를 들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올해로 아홉 살이 된 루카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성당으로 향했다. 오늘은 손꼽아 기다리던 부활절기념 바이올린 독주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서두른 덕분에 루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루카의 귀는 남다르게 예민했다.
작은 소리 하나도 그냥 흘려보내는 법이 없었다.
나뭇가지 위 작은 새들의 속삭임, 성당 광장에 울리는 정오의 종소리,
분주하게 움직이는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까지—
세상의 소리들은 루카의 귀를 지나 마음 깊은곳에 차곡차곡쌓였다.

제단 뒤 두 번째 기둥 근처—이곳이 바이올린 소리가 가장 아름답게 들리는 곳이라고 루카는 확신했다.

드디어 강론처럼 지루한 주임신부의 소개말씀이 끝나고, 그토록 기다리던 연주가 시작되었다.

아름답게 울려 퍼지는 바이올린 선율이 조각 유리창 사이로 스며든 햇살을 타고 날아오르며, 벽면에그려진 프레스코화 속 인물들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엄마, 이 소리 들리세요? 바이올린이 하늘의 천사들과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루카의 작은 손가락들은 마치 지휘봉울 쥔듯이,바이올린 리듬을 따라 부드럽게 움직였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요? 저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 수 있을까요?"


엄마는 아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읽었다.


성당에서 돌아오는 길, 루카는 입술을 움직여 바이올린 소리를 흉내 내며 걸었다.

바이올린과 사랑에 빠진 소년은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인 채 바이올린을 켜는 시늉을 했다.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발걸음에 맞춰 춤추듯 연주하는 모습에 엄마는 빙그레 웃었다.


"우리 루카는 정말 멋진 연주자가 될 것 같구나."


포 강을 따라 이어진 강가에 늘어선 포플러 나무 잎이 무성하게 자라난 7월의 어느 날, 드디어 루카의 아홉 번째 생일이 왔다.


"생일을 축하한다, 루카."


아빠 엄마가 준비해 놓은 커다란 선물 상자를 열자, 거기에는 가문비나무의 가지런한 무늬와 은빛 현이 조화로운 바이올린이 들어있었다.

서쪽 창문을 통해 들어온 오후의 햇살이 바이올린을 더욱 빛나게 했다.

루카는 너무 기뻐서 숨을 멈췄다.


"와! 나도 이제 바이올린 연주가가 될 수 있겠어요! 성당에서 들었던 것처럼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겠네요!"


루카는 처음 만나는 새 친구와 악수하듯 바이올린을 부드럽게 들었다. 나무의 결이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그는 연주자처럼 왼발을 약간 앞으로 내밀고 바이올린을 어깨와 턱 사이에 조심스럽게 끼운 후, 활을 현에 가볍게 올려 천천히 끌어올렸다.


"끼, 끼이익—"


날카롭고 갈라진 듯한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루카의 얼굴이 붉어졌다. 새 친구의 아름다운 첫인사를 기대했던 소년에게는 실망스러운 소리였다.


"아, 내가 상상했던 소리가 아니네."


멋쩍어진 루카가 머리를 긁적였다.


방으로 돌아온 루카는 바이올린에게 "까칠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까칠이는 학급에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있는 급우 율리오의 별명이었다.


"너도 율리오만큼 까다로운 아이구나. 하지만 너와 반드시 친구가 될 거야. 레슨을 받으면 분명 너와 친구가 되는 방법을 알게 될 테니까.... 기대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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