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6, SUNSET, Jardim do Morro
9월 8일, 모루 정원, 오후 7시
(7pm. 8th Sep. Jardim do Morro)
오후 7시 무렵,
모루 정원은 이미 하루가 저무는 모습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나는 두어 시간 전쯤 도착해, 모루 정원과 세하 두 필라르 전망대(Miradouro da Serra do Pilar) 사이에 있는 비교적 큰 규모의 식당에서 대표적인 포트와인 ‘테일러스 20년’ 한 잔을 곁들여 정해연 작가가 쓴 추리 소설 <유괴의 날>을 읽다 나온 참이었습니다.
지대가 높은 모루 정원에는 언제나 강한 바람이 불어서, 야외에 오래 머물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여 석양까지 시간을 좀 때울 요량이었는데,
이미 정원을 빼곡히 채운 사람들을 보니
조금 일찍 나올 걸 그랬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 생각은 고개를 저어 금방 털어버렸습니다.
거주자이든, 여행객이든, 이 시간과 이 장소를 지나는 사람일 뿐이니까요.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릴 수 있는 만큼 누리면 될 테지요.
오늘은 유난히 더 많은 사람이 이 순간을 지날 모양이었습니다.
언덕 중간쯤 다다라, 잠자코 섰습니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인 사람도 있었고, 나처럼 혼자인 사람도 보였습니다.
‘누군가와 함께한 기억은 더해진 체온만큼 더 따뜻하게 기억될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들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습니다.
석양이 강을 비추어,
반짝이는 강의 표면에서는
바람에 흔들리는 마크 트리의 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저물수록 강물은 더 산산이 물들었습니다.
물결은 노을 지고 더 잘게, 화려하게 반짝였습니다.
떠나면서,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있는 것일까요.
떠날수록 더 짙게 물들고, 더 깊이 반짝일 수 있는 것일까요.
그리하여 수많은 이들의 가슴에 가장 산산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오래 남게 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요.
나는…
이내 나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언제고 떠나는 날에, 먼 어느 저물 날에,
그 순간마다, 부디.
회색빛으로 사그라들기보다 노을빛, 강물 빛, 풀빛으로
산산이, 그러나 잔잔히, 그렇게 서서히 물들며 손 흔들 수 있기를.
추신)
포르투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이라면, 아마 대표적인 석양 명소 ‘모루 정원’은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저물 무렵, 모루 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장 선명하고 행복한 풍경은 저마다 포트와인 한 병과 먹을거리를 챙겨 풀밭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입니다. 그러다가도 노을이 선연해지면,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해지거든요. 저도 어느 날엔가는 포트와인 한 병 들고 올라가기도 했고, 다른 어느 날에는 그저 석양에 집중하기도 했는데요. 사실 제 추천은요, 홀로 여행객이라면, 그저 석양에 집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참, 모루 정원에서 간식을 먹을 땐 종종 냄새를 맡고 날아온 갈매기나 비둘기가 내려앉을 수 있는데요, 너무 놀라지는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