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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내 전공이 뭐였더라?

스페인을 거쳐 스웨덴에 사는 캣 레이디​

by 율리

* 기존의 글을 다듬어서 단:단 매거진에 재연재합니다.



어느덧 30대 중반인 내 나이.

내가 공부한 것이 뭐였더라? 전공을 여러 번 바꾼 케이스라 한 마디로 얘기하기 애매하다.

한국에서는 일반 중, 고등학교를 다녔고 문과였다.

한국에서 들어간 대학교 전공은 생활과학부 - 의류학과.

1학년 1학기 마치고 휴학을 한 후, 스페인 유학을 갔다.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어 고등학교 때부터 혼자 책을 사서 공부했었다. 물론 미친 듯이 열심히 하지는 않은 것 같다. 고등학교 때 학교 끝나고 다니던 영어학원 선생님이 얘기한 라틴 문화가 자유로워 보였다. 미국인 선생님이 얘기해 준 멕시코 친구들, 남미 바닷가, 한국 학생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 같다.


20살에 스페인, 마드리드로 유학을 간 나는 6개월 인텐시브 수업을 듣고 꽤 유창해졌다.

이후 마드리드에서 미술사학과를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던 나는 스페인 수능시험 학원을 다녔다. 외국인 전형 대학 입학시험을 통과하면 국립대에 지원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왜 미술사학과였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잘 모르는데 어떻게 그런 목표를 세웠을까?

영화를 보고 그랬을까?


정말 어렸을 때, 미술유치원을 다녔다. 이후 초, 중, 고등학교에서도 미술시간에 칭찬을 받고 점수도 항상 잘 받았기 때문인지 내가 좋아하고 나름 잘한다고 생각했다.

미술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모님이 미대를 보내주실 것 같지 않으니 인문계 중에 미술과 관련된 것을 공부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마드리드 도착 후 1년 반 만에 입학시험 통과 후 입학한 미술사학과(art history: 서양미술역사)는 어려웠다. 물론 친구들과의 좋은 추억은 아직도 가끔 생각이 나지만, 공부한 적이 없는 서양 고대역사를 스페인어로 공부하려니 너무 어려웠다.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시작해 이집트, 그리스 로마시대.. 그게 1학년 수업의 전반적인 공부내용이었던 것 같다.

학점이 나오지 않았다.

미술사 때 친구 그룹이 7명인가 8명이었는데 1학년이 끝난 후, 절반이 전과를 했다.


나는 2014년 서양철학과로 전과를 했다.

대신 2016년부터 2년 넘게 동네 화실을 다니며 유화를 배웠다.

수업은 일주일에 두 번이었지만, 집에 와서도 열심히 그렸다.

몇 년 동안 내 집에는 유화용세척액 향이 가득했고 이젤이 있었다.


5년 9개월이라는 세월이 걸려 그 중요한 명문대 졸업장을 땄다.

마지막 1년은 남은 과목 2개와 졸업논문만 남아 한국여행사에서 사무실 업무를 봤다.


한국 사람들이 가는 패키지여행 담당자...

한 달에 10그룹은 담당했던 것 같다.

학생 비자에서 거주증으로 전환하기 위해 일을 시작했지만 힘들었다. 쉴 새 없이 전화, 메시지를 받았다.


물론 저 때 다녔던 여행사를 통해 학생비자를 거주증으로 전환하고 계속 마드리드에 산 것은 아니다.

나는 지금 3년 넘게 스웨덴에 살고 있으니...

이 이야기는 길고 복잡하니 다음에 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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