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위기 시그널이 다가오던 그 시절,
복학했던 남편을 우연히 만났다.
예전같지 않은 취업시장, 스펙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앞서
가입한 동아리. 동아리 선배의 친구로 등장한 그에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한동안 온 신경이 그에게 쏠려 영어고 PD시험이고 집중할 수 없었을 때
또 다른 사람이 그에게 대시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내가 누군가... 경쟁좋아하고 승부욕강한 나 아니었던가..
남편이 내게 보인 관심을 꽉 잡아둘만한 스킬을 연마했고
그의 관심을 나에게 집중시키기 위해 지인들까지 포섭했다.
그렇다. 내팔내꼰의 시대를 내가 열게 된 꼴이라 말할 수 있다.
그 때, 남편에게 대시하며 같이 유학가자고 꼬시던 최*진아.
내가 너 구한거야..... 밥이라도 사라. 아니 밥이 뭐야
네 인생을 구했는데...
생각해보면 나는 어렸을 적 남자를 알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여자형제 중 막내딸, 여중여고를 나왔고
대학1,2학년때는 남자 위험하다며
만나지도 못하게 하던 무서운 엄마덕에
남자와의 인간관계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었다.
그러니 남자 보는 안목과 관계의 기술을 터득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겠는가.
존중받으며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저 사랑은 아픈 것이 당연한거고 헌신하면 내 편이 될 줄 알았지.
깊이 사랑도 해보고, 싸우기도 하면서 내 편으로 만드는 기술,
남자라는 새로운 종과 화해하는 법,
시선을 돌리는 남자를 내 품으로 다시 데리고 오는 스킬..
긴 세월동안 혼자 노력하고 헌신하고 가정을 지키며 살다보니
이젠 알겠다.
적어도 나를 내려놓으며 지킬 관계, 일은 없다는 것을.
아마 결혼하고나서도 알았을 나인데,
결혼이라는 약속을 충실히 지키기위해
(그는 아니지만), 나는 노력을 했던 것 같다.
벚꽃이 이렇게 이쁜 계절에
나는 상간소를 접수했다.
나에게서 계절의 아름다움을 앗아간
그와 상간녀는 언젠가 그 벌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