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무기를 구입한다.
복수하기 좋은 장소는 어디일까. 나는 돈도 인맥도 없다. 복수로만 가득 차있기에 다른 직업 가질 생각이 없다. 식사는 무료급식소, 잠은 지하통로 한편에서 쪽잠을 잔다. 건강이 많이 상했지만 언젠가 만날 그날을 위해 조금이라도 수명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술은 절대 마시지 않는다.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그래야 언젠가 내 눈앞을 지나갈 그 사람을 놓치지 않고 가슴에 품은 칼로 난도질할 테니까.
가슴속에는 과도를 항상 품고 있다. 인근 가게에서 이놈을 처음 봤을 때 내가 아직 이 세상에서 할 일이 남아있었구나 생각에 머리가 어질 거렸다. 과도를 손에 들고 계산대에서 계산을 할 때 아직 범행을 진행하지도 않았지만 심장이 터질듯했다. 점원이 내 눈빛을 읽고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을까 몹시 두려웠다. 아직 칼을 뽑기도 전에 허술하게 행동해서 일을 그르칠 필요 없었다. 과도는 과일과 함께 살 때 어색하지 않기 때문에 과일을 고르려던 참이었다.
사과, 자두, 바나나, 수박, 멜론..
수박이나 멜론은 지금 노숙 상태인 내가 사기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난 사과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바나나는 원숭이 먹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이맘때가 되면 말랑한 자두가 먹고 싶어 졌기에 자두와 과도를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점원이 멀리서 날 주시하고 있었다. 며칠간 제대로 샤워를 못했다. 그래서 날 가게영업을 방해하러 온 방해꾼으로 생각했나 보다. 멍청하게 날 그따위로 생각했다가 너도 나의 칼침에 맞아 죽을 줄 알아라. 어쨌든 난 일개 가게 점원보다 더 위대한 타깃이 있었다. 그놈 몸뚱이에 내 칼침을 놓을 수만 있다면, 몇 날 며칠이고 노숙자 신세 정도야 견딜 수 있었다. 다행히 점원은 내가 뭘 사든 어서 꺼지길 바라는 눈치였고, 내가 과도를 사가는 것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렇게 가게를 나오면서 과도를 가슴 안쪽 주머니 깊숙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