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끔은 있더라고요.
가끔 누군가 그런다.
대체 왜 울어?
울면 뭐가 해결이 돼?
요즘엔 T들이 그렇게 묻는다는 얘기가 있다.
나는 F인 줄 알고 살아온 T다. 어쩌면 TT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떤 일이 생기면 울기보다 어떻게 해야 할지 해결방법을 먼저 생각하곤 했던 걸까.
일은 터졌고, 만약에 그러지 않았더라면 같은 말 따위는 필요하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이 일을 처리해야 할지 방법을 찾아야 할 때면,,
우는 게 어떤 도움이 될까 싶었다.
울면 대체 뭐가 해결이 될까?
울긴 왜 울어. 지금이 울 때야? 울면 대체 뭐가 해결이 돼?
이런 물음은 사실 이전에 내가 자주 하던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해결이 될 때가 있다.
울어서 그 울음에 누군가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서 어떤 이득을 취하기 때문에 해결이 되는 그런 게 아니라.
내 마음이 해결이 될 때가 있다.
진짜 머리가 아플 때까지 소리를 내서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해질 때가 있다.
소리 내서 울어본 적이 있나?
나는 어릴 때 말고는 사실 기억에 없었다.
머리가 크고 소위 말하는 어른이 된 이후에는 소리를 내서 울어본 기억이 없었다.
그렇게 큰 소리로 울만한 일이 없기도 했지만 나 혼자 있는 시간 동안에도 소리를 내서 우는 것은 어색하기만 한 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암선고를 받고 나서 현실과 거짓사이를 오고 가다 눈물도 흘리지 못하고 가슴만 먹먹하게 있을 때, 어느 순간 눈물이 터지고 그다음 소리를 내서 울기 시작했다. 한번 소리를 내서 울기 시작하니 펑펑 눈물이 쏟아짐과 동시에 엉엉 소리가 터져 나오며 울음이 같이 쏟아져 나왔다.
암선고를 받았다.
어느 날 갑자기 암환자가 되었다.
울면 뭐가 해결될까?
운다고 해결되는 것이 있을까?
진짜 꺼이꺼이 소리를 내면서 나는 두 시간을 내리 울었다.
너무 억울해서, 너무 속이상해서, 너무 무서워서, 너무 두려워서, 너무 막막해서 울다가 울다가 눈물 콧물을 흘리며 참지 않고 소리를 내며 울었다.
그렇게 소리를 내서 울고 나니... 그다음 마음이 후련했다.
울면 뭐가 해결돼?
사실 운다고 해결되는 일은 하다도 없다. 막막하고 걱정될 때마다 운다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이 울고 나니 머리만 아프기도 했다.
그런데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 뻥 뚫린 기분이 들고 나서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울면서 정돈되지 않은 비죽비죽한 마음들이 계속 튀어나왔다. 그러다가 생각이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그때 깨달았던 것이 있다.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울어서 마음을 비우고 나면 적어도 현실을 받아들이게는 되는 것 같다는 것.
소리 내서 우는 게 참 어색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그리고 다 큰 어른이 소리 내서 울면 해결되는 것이 적어도 하나쯤은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다 울었다. 암환자면 뭐. 암환자인데 뭐."
"치료하면 되지. 병원 가면 되지. 까짓 거 하면 되지 뭐."
눈물 콧물 닦으면서 그때 다짐했다.
받아들임. 그게 내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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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소리 내서 울어봐도 좋은 거 같아요.
엉엉거리고 울고 나면 정말 많이 후련해요.
해결되는 건 하나도 없거든요? 누군가 말처럼 운다고 뭐가 해결되는 건 아니거든요?
근데... 근데요...
내 마음이 뻥 뚫리게 후련해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