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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율 Yulsight Dec 12. 2020

Ep2. 빵은 싫다던 사람이 디저트 브랜드를 만든 이유

돈 없이 아이디어만 갖고 디저트 브랜드를 만들게 된 여자의 사업 일기




만년 다이어터로서 항상 궁금했다.






다이어트 식품은 왜 다 맛이 없고
제품도 한정적일까?





Photo by Total Shape on Unsplash




다이어트나 식단관리를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숱하게 많은 다이어트 식품을 먹어봤지만 즐겁게 먹었던 기억보다 

'얼른 먹고 해치워 버리자!' 혹은

'벌써 이렇게 지겨운 데 이걸 대체 언제 다 먹냐!'는 탄식과 함께 꾸역꾸역 먹었던 기억이 더 많다. 


자발적 고문인 셈이다.



이 식단 지긋지긋... / Photo by Jusdevoyage on Unsplash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매번 온라인 쇼핑의 '구매하기' 버튼을 누를 때마다 다짐을 하곤 한다. (마치 처음처럼...)






이번엔 꼭 다 먹고
다이어트 성공해야지.

맛있어 보이잖아, 충분히 해낼 수 있어!





하지만 며칠 후면 지겹고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싸움을 하는 대상은 바로 나다. 그렇게 나와의 싸움에서 지고 나면 밀려드는 후회와 함께 자괴감에 빠져들게 되는데, 이때 맛있는 음식들을 섭취하며 건강한 마인드를 되찾게 된다. 



이때 마음을 행복감으로 가득 차게 만들어주는 음식들은 파스타, 치킨, 햄버거, 피자, 아이스크림, 라면 등으로 주로 몸 건강에 도움이 안 되는 편이다. 그렇게 마음이 행복해진 나날을 보내다 문득 거울을 보게 되면 다시 식단관리 식품 판매 사이트를 기웃거리게 된다. 이 바보 같은 반복 과정은 거의 어벤저스의 닥터 스트레인지가 도르마무에게 거는 무한루프 마법과도 같은 급의 강력한 고리라 끊기가 굉장히 어렵다.



이 식단도 지긋지긋... 야무지게 먹어서 해치워야지! / Photo by Alexander Schimmeck on Unsplash



그렇게 먹다 지쳐 방치된 체중 조절용 식품들은 아직도 냉장고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오늘은 뭐 먹지.'라는 즐거운 마음으로 룰루랄라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존재감을 과시하는 '그것들'을 마주하게 되면 그제야 내 몸 상태를 자각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내 머릿속에서는 몸에 대한 '죄책감'과 음식이 주는 '행복감'이라는 녀석들이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데, 역시나 매번 승리하는 녀석은 '행복감'이다. 애써 못 본 척 '먹을 게 없네.'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 냉장고 문을 닫는 일상은 그렇게 무한 반복되고 있다. 


먹었던 식품 중에서 또 먹고 싶은 생각이 드는 특정 제품은 없다. 쳐다보기도 싫어진 음식 리스트가 안 생기면 다행이다. (사실 이미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사실 맛있다는 리뷰의 제품들이 있어 궁금하기도 한데 또 속기는 싫다는 오기 때문에 도전을 자제하는 중이다.


그런 이유로 맛을 챙기는 것은 다음으로 잠시 미루고 새로운 결심을 하곤 한다. 끝없는 나와의 싸움에 지쳐 날씬해지진 못하더라도 건강한 몸은 만들어 보자는 나름의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군것질을 할 거면 건강한 군것질을 하겠다는 신념으로 믿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제품들을 찾아보았다. 


몸에 좋은 혹은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만한 디저트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견과류와 두부를 싫어하는 나의 확고한 취향 때문에 선택의 폭은 크게 줄어들었고, 재료나 제조 과정에 대한 불신 때문에 쉽게 구매하기가 어려웠다. 또, 눈은 높아서 끌리는 것들은 왜 이리도 다 비싼 건지.


이쯤에서 또 하나의 의문점이 생겼다.


 



좋은 재료로 만든 디저트는
비싼 가격에 먹을 수밖에 없을까?
그 재료를 믿고 먹어도 될까?





Photo by Charles Deluvio on Unsplash




나는 사실 빵순이보다는 면순이다. 웬만한 면요리는 좋아하는 편이다. 맛이 없어도 잘 먹을 정도. 면에 대한 사랑이 어느 정도냐 하면 짜파게티에 중독되어 한 달 내내 매일 먹었던 적도 있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먹는 건 당연하거니와 하루 세끼를 다 면 종류 요리만 먹은 적도 많다. 데이트나 미팅할 때 메뉴 선정도 파스타, 쌀국수, 짜장면, 라멘 등 거의 면 종류로 하는 편이다.

그에 비해 빵 종류에 대한 애정이나 구매 빈도수는 그리 많지 않아서 오랜 시간 동안 나는 내가 빵이나 쿠키, 파이, 케이크 종류를 안 좋아하는 줄 알았다. 어렸을 적부터 빵에 환장하는 친구들을 보면 도대체 뭐가 맛있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30대가 되니 알게 되었다. 싫어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유독 베이커리 카테고리에 대한 호불호가 강하고 확고했다는 것을. 까다롭고 예민하게 고르다 보니 주 선택 대상에서 누락되었던 것이다.

부스러기나 가루가 많이 날리는 거나 손에 묻어나는 건 싫고, 같은 이유로 크림이 너무 많아도 싫다. 퍽퍽하거나 딱딱하거나 질긴 식감도 싫고, 푸석하게 부서져버리는 것도 싫다. 견과류가 들어가 있는 것도 싫고, 식사도 아니고 디저트인데 칼이나 포크 같은 도구를 사용해서 먹어야 하는 것도 싫다. 그래서 주로 빵이나 파이보다는 케이크류를 좋아하는데, 




왜 유독 케이크는
간편하게 먹기가 어렵다고 느껴질까?





Photo by Vitalii S. on Unsplash




매일 먹을 수 있을 만큼 건강한 원재료로 만든 합리적인 가격의 디저트, 낮은 칼로리임에도 맛있기까지 한 케이크는 시중에서 쉽게 찾을 수 없었다. 프랑스에서 디저트와 베이커리 공부를 하고 오신 디저트 카페 오너 셰프를 찾아가 해당 제품의 생산 가능성을 물어보니 원하는 조건의 케이크가 시중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대체당이나 재료를 그대로 사용하면 맛과 식감, 형태가 불안정해지고, 무엇보다 설탕이나 밀가루를 포함한 일반 재료들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단가가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 밖에도 여러 이유와 우려되는 사항이 많았지만, 쉽게 만들 수 없다는 그 말들이 오히려 내 승부욕과 도전 정신을 자극했다.






Yulsight(율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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