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감정만이 아니라 이성과 지성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얼마 전에 ‘사랑에 빠진 젊은이들에게 주는 팁’이라는 제목으로 <아침단상>을 썼습니다. 많은 반응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사랑은 감정만이 아니라 이성과 지성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말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조언한 것인데 왜 나이 든 사람들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지, 미소를 지었지요. 오늘은 그 점을 더 보충하겠습니다.
사랑에는 감정도 중요하지만 이성과 지성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사람은 프랑스 교육부 장관을 지낸 뤽 페리 교수입니다. 그는 <사랑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연애 감정은 3년밖에 가지 않는다’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그 사랑을 어떻게 연애 초기의 눈부신 약속들을 거역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결합으로 변모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두 가지 답을 내놓았습니다.
하나는 에로스, 필리아 그리고 아가페를 성공적으로 조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에로스는 에로틱한 사랑으로 열정, 필리아는 친구와 같은 우애, 아가페는 헌신적인 사랑이라고 요약할 수 있음) 이것은 연애 주기에서 보통 시차적으로 오는데, 이러한 현상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거나, 평소에 이 세 가지를 조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페리 교수의 또 하나의 답은 연애 감정을 ‘행동하는 사랑’으로 바꾸라는 것입니다. 즉 열정적인 연애 감정에서 지성과 이성의 도움으로 공들여 구축한 사랑으로 넘어가라고 충고합니다. 평생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념보다는 이성과 지성이 필요하다는 얘기지요.
그렇다면 왜 사랑에 이성과 지성이 필요할까요? 예를 들자면, 보통 상대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합니다. 상대를 의심하기 때문에 비극이 생기지요. 이렇게 의심은 신뢰와 배치됩니다. 그러나 정도의 문제지만 사랑의 속성에는 의심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상대방으로부터 절대적인 인정을 갈망하거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나머지 얼굴 표정만 조금 바뀌어도 왜? 하는 조바심이 듭니다. 의문과 의심은 같은 뿌리로부터 출발하지요. 따라서 감정대로 내버려 두면 의심이 더욱 커지게 됩니다. 여기에 이성과 지성의 개입이 필요한 것이지요. 의심을 자제하면서 다른 차원으로 발전시키는 이성과 지성 말입니다. 여기에서도 저의 삶의 모토인 ‘절제와 균형’이 요구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