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아탈리라는 프랑스의 경제학자가 있습니다. 수필과 소설을 포함하여 55권 이상의 책을 쓴 저술가이기도 한 그는 ‘학력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면 아탈리가 1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 수재라고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런 천재가 전망하는 인류의 미래는 놀랍도록 비관적입니다. 그는 “우리는 이미 끔찍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머지않아 이곳은 더욱 살기 힘든 곳이 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그가 나열한 세계 곳곳의 문제점을 짚어보면, “애매한 이념을 앞세워 관용 없고 무자비한 폭력이 내 위를 떨치고 있고, 종교 전쟁도 다시 불이 붙었고, 하나의 국가가 여럿으로 분리되는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환경이 악화되고, 식량 오염은 더욱 심해지고 있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중산층은 붕괴되고, 빈부격차는 세계적으로 점점 심해지고 있다.” (염홍철, <천천히, 천천히 걷는다> 260~262 참조)
아탈리가 2016년에 한 예언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미국 유명 사전 출판사 메리엄 웹스터는 2024년 ‘올해의 단어’로 양극화(polarization)를 선정했습니다. 이렇게 양극화를 선정한 이유는 “뚜렷이 대조되는 두 개의 대립으로 분할, 특히 한 사회나 집단의 의견이나 신념, 이해관계가 연속해 걸치지 않고 양극단에만 집중된 상태”라고 설명하면서, 현재의 위기와 관련된 토론은 양극화를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아탈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말과 글을 통해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의 시스템 개혁이 시급하다고 당부했지만, 많은 권력자들은 말로는 그 처방에 공감한다고 하면서, 막상 자기 이익에만 급급한 채 핑계만 대고, 시정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탈리는 이런 세상에서는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으니, 이제 각자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때라고 역설합니다. 다른 사람이 선택해 준 인생이나 다른 사람이 그려준 운명에서 탈피해 자신의 삶을 직접 선택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당신이 옳다>라는 저서를 통하여 ‘자기 자신되기’를 위한 5단계 방법론을 제시했습니다.
첫 단계는 자신이 얼마나 소외되어 있는지, 자기 인생이 얼마나 불안정했는지를 인식하는 것이고, 두 번째 단계는 스스로를 존중하고 존중받아야 하며, 세 번째 단계는 자신의 고독을 인식하고 다른 사람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며 네 번째 단계는 자신의 유일성을 인식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참된 자신을 발견하고 어떤 사람이 될지 스스로 선택하라는 것입니다. 더 이상 권력자나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행동하라는 당부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아탈리는 인류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했다고 했는데, 아탈리의 말대로라면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나은 자신이 되어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간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아탈리가 예언한 ‘살기 힘든 곳’이 아니라, ‘사람과 세상에 희망을 주는’ 곳이 되지 않을까요? 매사가 역설이지만, 프랑스 최고 수재 아탈리의 역설에서 위안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