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우수(雨水)였습니다. 우수는 24 절기 중 2번째 절기로서 겨울 추위로부터 자연의 깨어남을 느낄 수 있는 절기라고 알려져 있지요. 저는 오래전에 우수를 맞아 <우수>라는 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마침 영광스럽게도 그 시가 한국문학예술진흥회에서 주최한 제16회 한국문학예술상 본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상이란 잘하는 것에 대한 표창의 의미도 있지만, 부족한 것에 대해 더 잘하라는 격려나 독려의 의미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많이 부족하지만, 시작(詩作) 활동을 더 열심히 하라는 후자의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우수를 지내면서 이 시를 공유하겠습니다.
雨水(우수)
염홍철
차가운 나뭇가지에 매달린 바랜 입새
마냥 슬퍼 보이더니
비 맞고 안개 감싸주니
하, 숨소리 나고 이파리에 생명 꿈틀댄다
빗물 창에 스미지만 숨 가빠 뚫지 못하고
그 소리만 몰래 방안 첼로에 화음 더해 준다
무반주 첼로 조곡, 내 가슴 휘젓지만
창에 맞아 흘러내리는 빗물,
그리움 되어 가슴에 스민다
오리나무도 젖고 첼로 소리도 젖었고
내 넋도 깊이깊이 젖는다
빈 몸의 겨울나무도 풍성해지고
맑은 날씨에 비껴 있던 첼로 소리
오늘 비에 묻어 애달더니
내 온 가슴 무아경에 빠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