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직장 내 괴롭힘 이른바 ‘갑질’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합니다. 직장 내 갑질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증가 추세에 있다는 것은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피해자들이 침묵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어느 재벌 3세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언론을 통해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그 모욕감과 인간적인 치욕은 겪어보지 않은 분은 모른다”라고 했지요. 갑질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고통 사례가 많겠지만 핵심적인 본질은 상대로부터 받은 ‘모멸감’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멸감이란 “나의 존재가치가 부정당하거나 격하될 때 갖게 되는 괴로운 감정”이라고 합니다. 사회학자 김찬호 교수는 모멸감은 “인간이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내준다 해도 반드시 지키려는 그 무엇, 사람이 사람으로 존립할 수 있는 원초적 토대를 짓밟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일을 당할 때 겪는 ‘수치심’은 “죽음과 가장 가까운 상태”라는 말도 있지요.
상사가 우월적인 힘을 가졌다고 상처를 주는 심한 말을 하고, 성희롱을 하며, 사감(私感)이나 자의적 판단으로 인사권을 남발하는 것이 갑질 사례에 들어갑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저변에는 갑질을 하는 사람의 인품이나 성격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대체로 그들은 특권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특권은 자신들의 특수한 역할에 대한 사회의 정당한 보상이라고 착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일부 특권의식을 갖는 사람은 철저한 서열 의식과 귀천 관념, 그리고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짓밟는 심리를 가지고 있으며, 교만함이 체질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또는 어떤 명분으로도 다른 사람의 존엄성을 훼손할 권리는 없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은 당장 바꿔야 하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갑’들의 ‘부당한 요구’에 대한 불복종 태도가 해답입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불이익이 있을 수 있고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불의에 대한 아주 작은 저항일지라도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고 이러한 작은 변화가 시도되어 모아진다면 갑질 행태를 크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직장 갑질을 신고하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인식의 개선은 물론이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