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주주의는 위기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쉽게 대답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의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다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법과 제도의 견고함과 미디어와 시민 사회단체의 감시 기능이 강화되어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회복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하여 있고, 대통령과 언론 및 사법 기관과의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으며, 2020년 대선 이후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과 의회 난입 사태 등은 미국 민주주의를 흔들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난주 발표한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세계 ‘민주화 지수’ 발표에서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미국은 민주화 지수가 세계 29위로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되었습니다. 일본은 16위, 한국은 22위로 두 나라 모두 ‘완전한 민주주의’로 보고된 데에 비해, 나쁜 점수를 받고 있지요. 물론 작년 말에 있었던 한국의 계엄령 사태가 추후 민주화 지수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두고 봐야 알 일입니다.
현재 미국 정치가 심각하다는 것은 여러 조사에서 나타나 있지요. 미국인 1/3은 정부 부서명을 한 곳도 모른다고 되어 있고, 미국인의 29%는 부통령의 이름을 모른다고 합니다. 또한 62%는 어느 당이 상원의 다수당인지 모른다고 하지요. 젊은 세대는 1/3만이 민주주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1/4은 민주주의가 ‘해롭다’ 거나 ‘아주 해롭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또한 젊은 세대의 1/3은 ‘선거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강한 지도자를 갖고 싶다’고 응답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상은 R. S. Foa & Y. Mounk, “The Democratic Disconnect”, 브라이언 헤어 & 버네사 우즈,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234쪽 재인용)
이와 관련하여 우려스러운 것은 트럼프의 등장으로 주류 보수주의의 대안으로 제시된 ‘극우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백인 우월주의 영향을 받고 있는 이들을 ‘대안 우파’라고도 하는데, ‘이들은 정치적 올바름과 이민에 대해 부정적이며, 인터넷을 중심으로 성장한 다양한 이념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브라이언 헤어 등,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245쪽 참조) 이렇게 미국 민주주의는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미국은 오랜 민주주의 전통과 제도적 견고함이 작동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민주주의의 ‘절대적 종주국’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여전히 중요한 민주주의 국가임에 틀림없지 않을까요? 미국 민주주의의 저력을 믿고 싶습니다. 250년 전 “인간 내면의 어두운 속성을 지속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민주주의를 설계한” 제임스 매디슨, 토머스 페인 등과 같은 제헌가들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