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융합과 복합

by 염홍철


일반적으로 ‘융복합’이란 말을 쓰고, 융합과 복합을 동의어로 사용하고 있으나, 관계 방식과 결과물의 성격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복합은 여러 요소가 ‘나란히 함께 존재’하는 상태를 말하고, 복합은 서로 다른 요소가 ‘섞이고 결합하여 새로운 성질을 형성’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따라서 복합은 병렬적 결합이지만 융합은 상호 침투적이고 통합적 결합입니다. 결과물에 있어서도 차이가 나는데, 복합은 원래의 구성요소가 비교적 구분이 되나 융합은 구성요소가 새로운 형태로 재구조화됩니다. 예를 들자면 음식에서도 ‘따로국밥’은 복합이고 ‘비빔밥’은 융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도시락에 반찬이 여러 칸에 나뉘어 있는 형태를 복합이라고 한다면, 재료가 하나로 끓여 녹아서 새로운 맛을 만드는 찌개는 융합인 것입니다.


이렇게 융합과 복합은 개념적으로 구별되나, 이와 관련한 학술적 용어들이 융합이나 복합과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시너지 효과’라는 말을 합니다. 이것은 융합에 가깝습니다. 두 요소가 작용하여 새로운 가치나 성능을 창출할 때 쓰는 말이기 때문에 이는 단순한 복합이 아니라 융합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회학이나 교육학에서 자주 다루는 ‘경계’라는 말도, 복합은 경계를 유지하는 것이고 융합은 경계를 해체하는 것입니다.


에드워드 윌슨은 <통섭>이라는 책을 발간하였는데, 이 통섭은 융합의 철학적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윌슨이 말한 통섭은 “서로 다른 학문이 연결되어 새로운 진리를 밝혀내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융합의 이론적 토대가 되는 것이지요. 요즘 한창 유행하는 ‘하이브리드’라는 말이 있는데, 서로 다른 것이 결합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때 기능이 나란히 존재하면 복합이고 기능이 섞여 새로운 능력이 생기면 융합입니다. 그래서 하이브리드는 복합과 융합의 중간 단계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특히 문화예술에서 ‘복합 공연’이란 말도 있고, ‘융합 공연’이란 말도 있는데 한 무대에서 음악과 무용이 병존하면 복합 공연이고, 음악, 무용 그리고 영상이 상호작용 하여 새로운 장르를 형성하면 융합 공연이라 합니다. 미디어 아트 퍼포먼스가 여기에 해당하지요. 행정이나 정책에서도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여러 부처의 정책을 묶으면 복합 정책이고 부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구조나 시스템을 설계한다면 이것을 융합 정책이지요.


복합과 융합의 차이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복합은 나란히 모이는 것이고, 융합은 섞여서 새로워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고, 복합은 집적이고 융합은 통합입니다. 문학적으로 표현한다면 복합은 함께 있음이고 융합은 함께 ‘바뀜’입니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음식이 비빔밥인데 이것은 융합입니다. 음식에서 오래전부터 융합을 지향했던 우리 국민은 요즘 국민의 통합을 실현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따로국밥보다는 비빔밥을 많이 먹어야 되겠어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술의 검은 얼굴'과 '유토피아'는 상충인가 보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