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1년 동안 크고 작은, 즐겁고 괴로웠던 일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은 조용히 지난 1년을 반성하면서 새해를 구상하는 날이지요. 어제 출근하면서 1층 복도에 많은 옷이 쌓여 있는 것을 봤습니다. 어떤 연유인지 살펴보니까, 입구에 ‘함께 나누는 따뜻한 캠퍼스’라는 배너가 걸려 있더라고요. 학교의 직원들이 옷을 기부하여 수백 점을 모아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기부하는 행사였습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거기에 있는 옷들을 자유롭게 골라 가고 있었습니다. 흐뭇한 광경이었습니다.
국가적으로도 ‘사랑의 온도탑(희망 나눔 캠페인)’ 행사가 있지요. 사랑의 온도탑은 전국의 17개 시도별로 목표액(100도)을 설정하여 기부를 받는 캠페인입니다. 사랑의 온도탑 모금액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를 통해 취약계층의 생계비, 주거·의료비 지원, 사회적 고립 가구 발굴, 복지시설 프로그램 운영 등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전액 사용됩니다. 구체적으로 난방비 지원,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에 우선 배분됩니다.
이렇게 연말연시가 되면 크고 작은 모금이나 기부 행사가 이어집니다. 기부 활동은 국가가 하지 않는 몫을 시민이 메우는 방식이기도 하고, 동시에 국가가 잘해도 시민이 공동체를 위해 참여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기부가 많다고 자동으로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고 선진국이라고 반드시 기부가 많은 것도 아닙니다. 다만 기부의 형태와 이유는 그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되지요.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기부하느냐보다는 기부가 동정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권리·연대·책임의 인식에서 나오고,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 참여라면 가장 좋은 형태의 기부 문화일 것입니다.
익명 기부가 바람직한가 아니면 기부를 알려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봅니다. 당연히 익명 기부는 아름답고 존중받아야 하지요. 순수한 마음 그리고 자기 과시를 하지 않는 태도라는 측면에서 매우 고결한 행위입니다. 성경에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지요. 그러나 기부를 알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을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부 행위 자체를 사회적 규범으로 만들고, 기부 행위에 자극을 주기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익명 기부가 존중을 받지만, 사회적으로는 기부의 공개는 나눔이라는 행위 자체를 사회의 언어로 만들 때 이 또한 공공선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 그동안 100억 원 이상을 기부하면서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으며, 이번 연말 우리 대학에도 1억 원을 기부한 어느 기업인은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철저히 당부하였습니다. 이런 분들을 보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며 흐뭇한 마음으로 한 해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