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방자치와 대전. 충남 통합

by 염홍철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직선제는 지방자치의 역사적 전환점이었습니다. 그 이전까지 지방은 중앙의 결정을 집행하는 행정단위에 불과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닙니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단체장을 뽑으면서 지방은 비로소 ‘책임행정’을 시작했습니다.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고, 축제 등 마이스 산업이 활성화되고, 기업을 유치하며, 시민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수용하는 위민 행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지방자치의 큰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 단계였습니다. 지방행정은 발전했지만, 지방자치는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과 ‘재정’입니다. 그러나 지방정부는 여전히 중앙정부의 재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8대 2인 데 비해, 실제 쓰이는 재정은 중앙과 지방은 4대 6이었습니다. 원천적으로 재정은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지방자치의 걸림돌로 작용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 사무를 지방 자치사무에 위임한다고 하지만 위임된 사무도 중앙정부가 제정한 법률이나 시행령의 구속을 당하고 제약받기 때문에 자율 행정의 보장이라 말할 수 없었습니다.


작년, 국민의 힘은 대전·충남 통합에 대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여당은 정치권과의 협의와 지역 주민 의견 수렴이 미흡하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5극 3 특 균형발전의 차원에서, 대전·충남 통합에 대해 적극적인 실천 의지를 표명하면서, 대전·충남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계획대로라면 7월 1일 대전·충남 통합 특별시가 출범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여러 가지 특례 조항(대통령도 약속)으로 위에서 지적한 지방자치의 걸림돌이었던 재정과 권한 문제가 먼저, 상당 부분 해결되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대전·충남 통합의 장점은, 먼저, 두 광역자치단체를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묶는다면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중부권 핵심 축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인구·산업·재정 규모가 커지면 국가 차원의 투자와 정책 배분에서 가시성과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대전의 연구개발(R&D) 인프라와 충남의 제조·항만·철강·에너지 기반을 결합해 산업 생태계의 수직적 또는 수평적 연계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중복 행정을 줄이고 광역 교통, 산업, 환경 정책을 하나의 체계로 묶으면 행정 효율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통합은 곧 규모의 확대이며, 규모는 곧 국가 정책과 예산을 끌어들이는 명분과 힘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행정 통합은 단순한 지도 위의 선 긋기가 아니라 주민의 삶과 정체성을 다시 배치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대전과 충남은 생활권과 역사, 정서가 다르다는 주장입니다. 통합이 이루어질 경우 정책과 재정이 중심도시로 쏠리고, 농촌과 주변 지역의 목소리는 더욱 작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그러나 1989년 대전이 충남에서 분리되기 전까지 대전과 충남은 통합되어 있었고, 대전 시민의 상당수는 충남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그 점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정책과 재정이 중심도시로 쏠릴 수 있다는 점도 정책적 배려와 조정으로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향후 정치권의 태도입니다. 만일 어느 당이든 지방선거의 유불리만 염두에 두면 막판에 여야 합의나 기존 주장이 깨질 수 있습니다. 어느 정당이든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 것을 간곡히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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