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버스를 타기가 좀 귀찮아서 택시를 타고 출근했습니다. 택시에 앉자마자 나지막한 클래식 음악 소리가 들렸습니다. 기사분에게 “좋은 음악을 듣고 계시네요. FM 음악방송이죠?” 그랬더니, “요즘은 뉴스를 듣기 싫어 대신 음악방송을 듣는다.”라고 대답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혼잣말처럼 “정치는 싸움만 하고, 좋은 얘기가 하나도 없어요.”라고 하십니다. 이분 말씀처럼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한다고 말하고 있지요. 이는 정치 불신의 사회적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자료들도 있습니다.
2023년 OECD 조사 결과, 정부를 신뢰하는 비율은 약 39%이고, 신뢰하지 않는 비율은 44%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많은 국가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요.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많은 국민이 정치문제를 국가의 가장 심각한 현상으로 뽑고 있고 전체 응답자의 대다수가 정치권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고 응답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정치 불신이 생기는지요? 정치인이 유권자의 기대나 이익을 실제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국민은 “정치가 나를 대표하지 못한다.”라고 여기게 됩니다. 이런 대표성 부족이 불신을 증가시키는 핵심 구조적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정책 성과와 기대 간의 격차가 클 때, 자신이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느끼지 못할 때, 정치적 분열이나 갈등이 심화할수록 상호 불신이 커지고 정치제도 자체에 대한 낮은 신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짜 뉴스와 소셜미디어 확산은 사실 판단을 어렵게 하고, 정치정보의 신뢰를 떨어트리며, 전반적인 불신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층의 정치 불신이 높습니다. 최근 갤럽여론조사에 의하면 20대 응답자 중 65%, 30대는 70%가 한국 정치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하였고, 반면 70대 이상에서는 불신 응답이 45%로, 상대적으로 낮고 정치를 신뢰한다는 응답도 48%로 다른 세대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 조사는 젊은 세대일수록 정치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신뢰 수준도 낮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대 간 차이는 정치체제가 각 세대의 기대와 현실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못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노동, 주거, 경제·복지 등 생애의 초기 문제에 대한 느슨한 대응이 젊은 층의 불신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그렇다면 정치 불신의 해소 방안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참 어려운 과제지만, 몇 가지만 추려보면
첫째로, 말이 아니라 책임을 지는 정치로 바꾸는 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한국 정치에서 신뢰가 무너지는 가장 큰 이유는 공약 실패의 비용이 정치인에게는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둘째로, 정치 참여가 아니라 ‘정책 영향감’을 회복하기입니다. 많은 국민은 투표하면서도 내가 참여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참여 부족이 아니라 영향감 상실이 문제입니다. 셋째는 경쟁의 문제를 줄이고 생활 정치의 무게를 키우는 것입니다. 한국의 정치 불신은 정치 혐오라기보다는 정치와 삶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필요감에 더 가깝습니다. 주거, 돌봄, 교통, 노동 같은 생활 의제는 초당적으로 관심 두고, 싸울 건 싸우더라도 먹고사는 문제만큼은 멈추지 않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국민은 책임을 지는 정치를 간절히 요망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지적한 것을 지키기가 그렇게 어려운지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