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은 총이 아니라 기준과 상식이다.

by 염홍철


패권은 단순히 ‘힘이 강하다.’는 의미를 넘어서 한 국가나 집단이 군사·경제·문화·규범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 패권에는 양면성이 있고 최근에는 전통적 개념이 무력화되고 있어 균형 있는 정리가 필요한 시점에 와있습니다.


먼저, 패권의 긍정적 측면으로 질서와 안정이 제공된다는 것입니다. 패권국이 존재하면 국제사회는 일정한 규칙 아래에 움직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는 무역, 금융, 안보 체계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해 왔습니다. 물론 최근 트럼프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으로 이것이 역행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혼란보다는 예측할 수 있는 질서를 만들어 냈었지요. 그뿐만 아니라, 패권국은 해상로 보호 등 국제 해상안전이나 기축통화를 유지하고, 국제기구 운영을 지원함으로써 전 세계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패권의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하지요. 최근의 그것이 두드러져서 국제질서의 혼란과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패권은 결국 힘의 비대칭적인 구조이므로 약소국은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고, 경제구조도 종속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국제정치에서는 이것을 ‘신식민주의’라고 비판을 했지요. 문화적 획일화도 문제입니다. 패권국의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면서 언어도 영어 중심이고, 소비문화도 패권국의 그것이 글로벌 브랜드가 되고 있습니다. 자연히 지역 고유문화가 약화할 위험에 빠지지요.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패권국은 규칙을 스스로 깨기도 합니다. 국제법을 무시하고 군사개입을 무기로 하여 약한 국가에 고통을 주지요. 경제제재도 남용합니다. 관세도 올렸다 내렸다 마음대로 합니다. 합리적 기준은 적용되지 않고 패권국 자국의 이익에 맞추는 것이지요. 이러한 것들이 국제 긴장감을 높여 전쟁 가능성을 키우게 되는데 우리가 바로 지금 이 상황에 봉착하게 된 것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패권은 질서를 만드는 힘이면서 동시에 지배의 구조입니다. 안정을 주지만 불평등을 낳는 제재를 파생시키고, 협력을 촉진하지만 갈등의 씨앗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패권은 세상을 정리하는 힘이지만, 그 힘이 클수록 정의는 파괴되는 것입니다. 질서를 만든다는 이유로 타인의 선택을 줄이는 순간 패권은 보호가 아니라 지배가 되는 것이지요. 패권은 총이 아니라 기준과 상식이고,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발전이며, 특히 무엇이 옳은지를 규명해야 합니다. 그동안 패권을 ‘필요악’이라고 인정했다면, 지금은 ‘절대악’이라고 성토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상황이 빨리 종식되기를 대부분의 세계인은 갈망하고 있지요.

작가의 이전글기술봉건주의 시대의 인문학적 성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