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울고, 웃는 게 삶이라서요
연극 <웨딩브레이커> 리뷰
"지금까지 본 연극 중에 제일 좋았어요. 제가 살면서 봤던 연극 중에 제일요."
'쉴 새 없이 웃기고 울린다'고 홍보하는 영화나 연극이라면 일단 걸러왔다. 교묘한 신파와 불쾌한 유머를 흥행요소라며 곳곳에 심어두는 작품들이 싫었다. 부족한 완성도를 숨기려고 관객을 희롱하는 수작이라 비난했다.
연극 <웨딩브레이커>를 감상한 후 나의 편견을 바로 잡았다. 주르륵 눈물 흘리다가 조명이 바뀌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 뜬금 없이 폭소하기를 여러 번. 순식간에 감정이 들쭉날쭉 오가도록 관객을 장악하는 무기는 다름아닌 뛰어난 작품성이었다.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라는 공연 소개문구가 아쉽다. 이 연극은 피상적인 연애담보다는 삶과 상실에 관한 성찰에 더 가깝다. <웨딩브레이커>는 시간여행을 가볍게 소재로만 낭비하지 않고 인생을 바라보는 성숙한 시선으로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테드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나 김연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무대 위로 끌어올린 듯한 수준이었다.
소설에 대한 소설, 노래에 대한 노래처럼 이 공연은 연극에 대한 연극, 메타연극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로에서 분투하는 배우들의 땀과 눈물이 연극 안팎으로 스며든다. 무엇이 재현이고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애매해진다. 그때 '이 사람들 제대로 놀아보는구나' 싶어 짜릿한 기분이 든다.
<웨딩브레이커>를 가장 빛내는 덕목은 배우진의 호연이다. 두 시간에 달하는 공연 내내 한순간도 몰입을 꺼뜨리지 않았다. 김중, 황미선, 박민승, 정현진. 이 뛰어난 예술가들의 이름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
극 중에서 남자의 공연을 보고 웃음을 되찾은 여자는 배우가 되기 위해 극단을 찾아왔다. 예술이 인간을 구원한다는 믿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사랑하게 된 남자는 '단 한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그 길을 택하겠다'며 여자에게 고백한다. 나는 관객석에 앉아 그 한 사람이 되는 행복을 누렸다.
#아신극장 #웨딩브레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