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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필요한 것

② 면역력

by 염철현

영어의 면역(immunity)이란 단어는 라틴어의 이무니스(immunis)에서 유래했는데 '면제'라는 뜻이다. 면역은 곧 인간이 병으로부터 자유롭고 해방된다는 뜻이다. 인간은 강력한 방어체계로써 면역계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감염에 저항하고 몸의 질서와 균형을 유지하며 상처를 치유하여 건강을 지키는 우리 몸의 수호천사라고 할 것이다. 한 사람의 면역체계라는 방어체계가 무너지게 되면 그의 생애도 종지부를 찢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현대사회에서 모든 사람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바로 면역력 키우기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마음먹고 자신의 면역력을 키우려고 하면 실행할 수 있으니 말이다. 굳이 많은 돈을 주고 피트니스 클럽에서 레슨을 받을 필요도 없다. 자신의 신체적 조건에 적합한 활동을 실행하면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필자는 환절기가 시작되면 제일 먼저 감기에 걸리는 약골이었다. 누구나 감기에 걸릴 수 있지만 그 빈도가 지나치다 보니 자기 관리를 잘 못하고 있나 하는 반성부터 누군가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요주의 인물로 낙인이 찍힌 것 같아 적잖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아직 살아갈 날이 창창한 필자가 이대로 끙끙거리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뭔가 대안을 찾아야 했다. 그 대안은 바로 달리기였다. 언젠가 한의사가 필자의 체질은 소음인으로 땀을 흘리면 몸이 가벼워지고 기운도 날 것이라고 했던 말을 기억해 냈다.


그렇게 시작한 달리기를 8년 가까이하고 있다. 계절과 상관없이 시간이 허락한 대로 틈틈이 달리고 또 달렸다. 달리기를 시작한 첫해에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여 10킬로를 완주했다. 그러나 무리가 되었던지 무릎에 통증이 생겼다. 정형외과 의사는 당장 달리기를 그만두라는 엄명을 내렸다. 모처럼 시작한 면역 증진 계획에 결정타가 된 순간이었다. 이를 두고 과유불급이라고 하던가.


필자는 신체 기능에 대해서는 용불용설을 신뢰하는 편이다. 특히 근육은 쓰면 쓸수록 단단해진다. 필자가 의사 지시대로 달리기를 그만두기에는 아직 젊고 혈기 왕성했다. 6개월 정도 걷기와 저강도의 달리기를 반복하면서 무릎 주변의 작은 근육을 단련했다. 달리기를 마치면 반드시 냉찜질을 하며 통증을 완화시키며 근육을 어루만졌다. 그렇게 수개월의 훈련을 마치자 통증 없이 10킬로 이상을 달릴 수 있었으며 달리기를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다.


달리기는 사계절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운동이며 계절마다 느끼는 재미와 느낌은 다르다. 봄에 쾌적한 바람을 맞으며 내 발이 내딛는 대지에서 올라오는 푸른 생명들을 보며 달리다 보면 내 몸 구석구석에 새로운 에너지가 전달되는 느낌이다. 고온다습한 여름에는 저녁에 달린다. 운동복을 쥐어짤 정도로 땀을 흘리며 샤워를 한 뒤 자는 잠은 얼마나 꿀잠이던가. 가을에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울긋불긋 단풍으로 수놓은 대지를 달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가을의 기온과 습도 그리고 주변의 경관을 다른 계절과 비교하면 가을은 러너에게 최적의 환경일 것이다. 겨울철 달리기의 묘미도 빼놓을 수 없다. 털모자와 털장갑을 끼고 반바지를 입고 달릴 때면 완전무장을 하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의 박수 응원을 받을 때도 있다. 강추위에도 뛰고 나면 외부 환경에 좌절하지 않고 해냈다는 뿌듯함이 온몸을 감싸 돈다.

필자는 달리기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면역력이 커졌다. 이제 환절기 감기 환자가 아니며 거의 걸리지도 않는다. 달리기를 하기 전에는 지구력이 약해 한 시간 서있기가 힘들 정도였지만, 지금은 서너 시간도 서서 일할 수가 있게 되었다. 잦은 병치레를 했던 필자에게 면역력의 증강은 삶의 질에도 영향을 주었다. 무엇보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자족감이 동시에 올라갔다.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맞는 면역력 증강 방법이 있을 것이다. 달리기는 그중에 한 가지 방법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면역력을 키우는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비용도 기꺼이 감내해야 할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여러 능력을 필요로 하지만 면역력이야말로 무형의 최고의 자산이 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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