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Balance를 위하여 #01
Balance, 균형.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고른 상태.
2015년도 한 달 남짓 남겨놓은 지금, 올해 내 키워드는 저 '균형'이 아니었나 싶다.
문득 '균형'의 사전적 의미를 확인하면서 스스로 굉장히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늘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 같은 내 모습이 싫은, 어설픈 인간 complex가 있어서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쳐왔다고 하지 않았던가.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 나는 소위 날라리라고 부르는 아주 잘 노는 아이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똑 부러지게 공부만 하던 모범생도 아니었다. 어중간한 성적을 유지하면서 가끔 잘 노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다니던 나를 보며 부모님은 꽤 마음고생을 하셨었고, 내 스스로도 걱정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볼 때마다 이 어중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책망만 했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지금의 또래들과 비슷하게 내가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랐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현실이라는 것을 전혀 모른 채 그저 꿈만 쫓고 싶었던 '나'와, 부모님의 말씀대로 착실히 공부하면서 집안의 자랑을 받고 싶었던 맏이인 '나'가 계속 충돌했기에 스스로를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 놓아두었는지도 모른다.
하물며 지금은 어떤가.
남들처럼 점수에 맞춰서 아무 학교, 아무 학과나 지원하고 싶지 않다고 고집을 부리고,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겠다고 선택한 사회계열 학과에서 석사까지 수료해놓고는 뜬금없이 이공계 회사에 그것도 전공과는 전혀 관련 없는 직군에 취업하지 않았나.
그리고 이 곳에서 5년을 일하고 있으면서 경력 대비 큰 규모의 프로젝트의 Management도 담당하고 덕분에 사내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틈만 나면 전공으로 발목 잡혀 괴로워하고 있고 때로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처럼, 선후배들처럼 이공계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큰 열등감을 느낄 때도 있지 않았던가.
때문에 늘 스스로를 '어설픈 인간 Complex'가 있다고 지칭하고 다니던 내가 막상 균형을 잡아보려고 하니, 막연하고 막막하고 스스로도 이것을 해 나갈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렇게 어설픈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내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면서 이끌어왔던 결과는 혹독했다.
내 스스로 Life Balance를 깨뜨린 채로 지내온 동안,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해 건강에는 적신호가 켜졌고 감정 조절도 어려워졌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주변에도 여파를 미쳐 사람들과의 거리도 멀어졌다.
현 직장에서 3년 차를 지나고 4년 차에 접어들던 2014년 겨울, 그 해 연말 정산을 하면서 한 해 동안 쓴 병원비가 수백만 원에 이르는 것을 보고 나를 더 이상 이렇게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더 버티다가는 더 이도 저도 안 되는 어설픈 상태에 놓이거나, 깊은 나락에 빠질 것 같은 두려움이 몰려들었다.
그 해 마지막 면담에서까지 팀장님의 반쯤 우려 섞인 '스트레스 조절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말을 듣고, 나는 남은 연차를 몰아 휴가를 냈다. 그리고 당장 비행기표를 끊고 제주도로 홀로 여행을 떠났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동행 없이 오롯이 혼자 간 여행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일부러 동행을 찾지도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기점이지 않았나 싶다.
난 혼자인 것이 두려워 늘 누군가를 곁에 두려 했는데, 혼자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고, 산책길을 걷고, 밥을 먹는 동안,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나 자신을 마주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간 나는 나를 얼마나 소홀히 여겼는지 깨달았다.
내가 바라는 '균형'에는 '중심'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나'란 사람이 서있었어야 하는데, 나는 그 '중심'을 잃어버리고는 균형만 찾으려고 필사적이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을 몰아붙이는 동안 균형이 깨졌고, 어설픈 인간 complex가 몰고 온 불안감이 가중되어 더욱 핵심에서 멀어지고 헤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2014년이 끝나가던 그 날, 제주도 여행의 끝자락에서 나는 2015년은 조금 이기적으로 '나'를 위해 살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2015년을 마감하는 지금, 돌이켜보면 올해는 내내 흔들렸던 중심을 잡아가면서 '나'를 찾아보겠다는 목표만을 생각하면서 보내온 듯하다.
때로는 잡아가던 중심이 크게 흔들려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같던 때도 있었고, 과연 이 목표가 맞을지 깊이 고민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전보다 감정의 폭이 줄어들고 내가 진심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되물어보면서 지내는 것을 보면 조금씩 나만의 '중심'을 잡아나가고 있는 듯하다.
아직 완전히 '중심'을 잡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견고한 나 자신의 '중심'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앞으로도 많은 길을 헤맬지도 모르지만,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연륜이 쌓이듯이, 이렇게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미래의 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부디 이 생각이, '나'를 생각하겠다는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애써 만들어온 이 모든 것들을 어느 순간 놓아버리지 않기를 바래본다.
(2015. 11. 29)
by. Yume Ne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