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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미 Mar 20. 2024

정의론

3차. 미덕이 아니라 지혜



“사상 체계의 제1덕목을 진리라고 한다면 정의는 사회 제도의 제1덕목이다.”


[사회의 주요 제도는 시민들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할 뿐만 아니라 그들 각자의 인생 전망에도 영향을 미쳐 ‘무엇이 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소망’까지 정해주게 된다.]


뿌리 깊은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대물림되면서 사회적 위치에 따라 서로 상이한 기대와 소망을 갖게 만든다는 대목에서 새삼 오싹해진다.


김은숙 작가의 옛날 드라마 상속자들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내 꿈은 더도 덜도 말고 딱 이백 만 원짜리 월급쟁이가 되는 거였어. 그거면 이 망할 세상과 타협을 볼 생각이었다고.’

꿈조차 자신의 처지에 맞춰 골라야 하는 이 망할 세상에, 고대사람 6두품이 환생해 신라가 천년만년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다고 여긴 들 딱히 아니라고 거들 말이 없다.


자기 밥그릇에 무엇이 얼마나 담기는지 무심한 사람이 있을까? 그러면서 우리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너무 쉽게 말한다. 밥상의 종류와 양을 결정해 주는 것이 정치라는 것을 매일 밥과 함께 까먹어버리고는.




[정의와 부정의에 대한 어떤 합의의 기준이 없을 경우, 불신과 원한이 시민적 유대를 좀먹으며, 의혹과 적개심은 사람들로 하여금 ‘달리하면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행동으로 몰고 간다.’]


간호법을 폐기시킨 자들이 의대증원을 주장하고 있다.

간호법은 부정의한 것이고 의대증원만이 정의란 기준을 누가 만든 것인지 묻고 싶다. 어떠한 합의의 과정도 없었기에 지금 서로 불신하며 적개심을 가지고 편을 갈라 싸우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사명감을 내팽개친 의사들을 향한 비난이 연일 쏟아진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개인을 향한 도덕적 비판을 하는 것만큼 손쉽고 어리석은 방법은 없다.

나무를 손볼 게 아니라 숲 전체를 향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철학자이자 교육자이신 김창수 선생님은 ‘밀알형의 사랑은 미덕이 아니라 지혜에 기반한다’고 말씀하신다.-선생으로 산다는 것은 중에서-

미덕에의 미련일랑 내다버리고 사회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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