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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Feb 22. 2018

담배와 택시

짬나서 쓰는 글 

퇴근 후 글쓰기 모임에 갔다가 밤 10시 반이 넘어 끝났다. 

글쓰기 모임이 있는 신촌에서 안양역까지 오면 거의 12시가 된다. 

집까지 가는 버스가 끊긴 건 아니지만 정류장에서 집까지 걸어 올라가는 게 힘들어 보통은 택시를 탄다. 


내 앞에 서너 명의 사람들이 있었고 차례를 기다려 내 앞에 도착한 택시에 탔다. 

택시에서 은근한 담배 냄새가 났다. 

요즘은 택시에서 담배 피우는 일이 드물어 낯설다 느끼던 참에 택시기사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차에서 담배 냄새나죠?"


아저씨는 담배 냄새에 대한 미안함보다 

이제부터 시작할 이야기의 운을 띄우려는 말투였다. 뭔가 할 말이 있나 보다. 


"네. 살짝 나네요."


그렇게 대답하고 아저씨의 손을 우연히 봤는데 만원 짜리 지폐가 들려 있었다. 


"좀 전에 로터리에서 어떤 남자가 택시를 탔는데 담배를 피우고 있었어요. 

담배에 불을 딱 붙였는데, 택시가 온 거야. 나더러 담배 필 수 있는 조건으로

역까지 만 원 어때요?라고 하기에, 그럼 타슈,라고 했지. 그러고 받은 게 이 만 원이에요."


아저씨가 반으로 접은 만 원을 내게 보이며 흔들었다.

그제야 들고 있던 만 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아, 그래서 담배 냄새가 났군요."

"네. 거기서 여기까지 5분도 안 걸려요. 

그 양반은 비싼 담배 피운 거고 나는 공으로 7천 원을 번 셈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저씨 편을 들었다. 


"뭐 그렇다면 태워야죠."

"그렇지. 태워야지. 그리고 여기서 대전까지 가는데 담배 피워도 되냐, 물으면

그때도 피워도 된다고 해. 아니 그때는 그냥 같이 피우는 거지 뭐. 하하."


나는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옛날에는 버스 기사 아저씨들이 버스에서 그냥 담배 피우고 그랬어요. 

승객들도 그렇고요. 그게 되게 자연스러웠는데."

"그랬지. 나는 비행기를 못 타요. 저번에 미국에 한번 갔는데 뛰쳐 내릴 뻔했어. 

담배를 못 피우게 해서 아주 죽겠더라고. 그 뒤로는 절대 해외에 안 나가."

"옛날에는 비행기에서도 담배를 피웠다고 하더라구요."


아저씨는 "그랬지 그랬어"라며 맞장구를 쳤다. 

담배에 대한 불쾌함보다 옛 추억의 소환이 더 컸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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