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여행이라 쓰고 이비사 원정이라 읽는다.
저기.. 우리 신혼여행 이비사로 가는 건 어때?
"에, 무슨 소리야? 미쳤어?"
그가 미간을 팍 찌푸리며 답했다.
그는 이비사에 가는 것이 싫은 게 아니었다. 낯설고 먼 곳으로의 여행이 걱정되는 것이었다.
원래 우리의 신혼여행 목적지는 발리였다.
허니문 상품의 가격을 검색하다 보니 차라리 이 비용이면 유럽에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닌가. 덕분에 잠시 한 눈을 팔고 유럽 여행 상품을 탐색하다 정말 의도치 않게 ‘바르셀로나-이비자’ 연계 자유여행 패키지를 발견해 버렸다. OMG!
이런 여행 상품(물론, 이비사로 들어가는 저가항공 비행기표 예약은 따로 해야 했지만)을 발견한 건 분명 운명이었고, 나는 예비 신부가 아닌 이비사 원정대장으로 태세 전환, 양보 없는 자세로 새롭고 먼 곳에 가보는 것에 익숙지 않은 ‘남편 겸 원정대원’ 설득에 들어갔다.
설득의 단계별 레퍼토리
1. 기회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큰 돈(?) 써보겠냐.
2. 발리 경비랑 이비사 경비가 거의 똑같다.
3. 그때 영화 보여주면서 같이 가보자고 하지 않았냐.
4. 당신의 커리어에 음악적으로 진짜 많이 도움 될 거다.
5. (이비사에서 찍은 사진 보여주며) 여기가 이렇게 아름답고 좋다.
6. 거기서 먹은 음식 중에 젤 맛있었던 게 오징어 튀김이다(남편이 굉장히 좋아하는 음식)
7. 빨리 예약해야 한다. 결혼식 얼마 안 남았다.
결국 (시간적 압박이 큰 공을 세운 한) 합의가 끝났다.
이렇게 직업은 DJ인데 이비자를 영화로만 가 본 남자와
클럽 문이 다 닫힌 겨울에 출장으로 이비자에 가 본 여자는
이비자로 ‘신혼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다!
IBIZA TMI_04 : 아쉽게도 이비사 직항은 없습니다.
한국과 이비사 간 직항은 없다. 보통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이비사로 국내선을 타고 이동(약 1시간 소요)하는 경로를 많이 생각할 텐데 이비사는 유럽의 대표 관광지라 다른 나라(영국, 프랑스, 독일 등)를 경유해서 들어갈 수 있는 루트가 많다. 다만 도착 후 체크 아웃하고 다시 저가항공으로 체크인을 해야 해서 수화물을 찾고 다시 맡기는 과정을 감내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는 대부분 KLM을 이용했다. 두 번째 여행을 준비하다 운 좋게 발견한 최적의 루트였다. KLM은 자회사인 transavia와 코드가 공유되기 때문에 암스테르담에서 단순 환승으로 이비자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항공권의 예약이 가능하다. 팬데믹 직전에는 이비사에 KLM이 취항해 접근성은 더욱 높아졌다.
인천공항에서 암스테르담까지 소요 시간은 약 13시간, 암스테르담에서 이비사까지는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엔 암스테르담까지 10시간 정도 걸렸는데, 환승시간 1시간 포함해 인천에서 이비사까지 무려 14시간 만에 도착했던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