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에 사는 아기가 하원 후, 방앗간처럼 들리는 곳 (1)
과일은 참 달콤하죠. 사르르 녹아드는 과일 한 입에 기분이 절로 좋아지고, 몸속 깊이 에너지가 솟아나는 것 같아요. 사계절 내내 제철 과일을 찾아 먹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이번 달엔 어떤 과일이 등장할까, 이번 주엔 또 무슨 과일이 맛있을까, 그런 작은 기대가 일상에 소소한 기쁨을 더해줘요.
곰웅이도 엄마도 과일을 참 좋아해요. 아마도 과일을 좋아하는 엄마 덕분에, 뱃속에서부터 과일을 많이 먹었기 때문일 거예요. 곰웅이의 태몽에도, 임신했을 때도 늘 과일이 함께했답니다.
성수에는 대형마트는 없지만 식자재 마트가 있죠. 하지만 유모차를 끌고 들어가기엔 부담스럽고, 분주한 분위기 때문에 아기와 함께 가는 것이 쉽지 않아요. 그래서 주로 배달로 과일을 사 먹곤 했죠. 그러던 어느 날, 큰 사거리에 과일 전문 가게가 생긴 거예요.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이 조금 망설여져서, 멀리서 그 가게를 슬쩍슬쩍 살펴보며 궁금해했죠.
과일 가게에는 노란색 간판에 예쁜 상호가 걸려있어요. 젊은 사장님들이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신선한 제철 과일과 채소를 알록달록 진열하며 동네 주민들과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죠. 흥겨운 음악 소리와 함께 신선하게 관리된 과일들을 보며,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마다 저도 모르게 그 가게에 눈길이 갔어요.
하원 후 곰웅이와 함께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곰웅이가 갑자기 귤을 먹고 싶다는 거예요. 아니나 다를까 곰웅이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과일 가게에 탱글탱글한 귤이 진열되어 있었죠.
한여름에 귤이라니!
조금 놀랐지만, 귤을 먹고 싶어 하는 곰웅이의 애절한 눈빛을 바로 파악하고는 과일 가게로 들어갔어요. 사장님께서는 너무나도 반갑게 맞아주셨고, "귤~ 귤~" 하는 웅이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시며, 맛있는 귤 바구니를 골라주셨어요. 그리고 곰웅이는 작은 손에 바구니를 쥐고 뒤뚱뒤뚱 걸으며 계산대로 갔답니다.
사장님과 곰웅이가 함께 고른 여름귤은 정말 새콤달콤하고 맛있었어요.
곰웅이는 노오란 귤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가게 앞에서, 집으로 오는 길 유모차에서도 열심히 귤을 까먹었답니다.
며칠 후, 귤을 다 먹고 나니 이번엔 체리가 먹고 싶다는 곰웅이의 간절한 바람에 다시 과일 가게를 찾았죠.
체리는 스쿱으로 퍼서 그램 단위로 판매되고 있었는데, 사장님께서는 곰웅이가 체리를 만져보고 싶어하는 걸 눈치채시고, 하나를 손에 쥐어주셨어요. 곰웅이는 자줏빛 체리를 들고 행복해하며, 반짝이는 눈으로 사장님을 바라봤죠. 그런 곰웅이를 바라보는 사장님도 마냥 행복해 보이셨고, 엄마는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며칠 전에는 곰웅이와 곰웅이가 가장 좋아하는 어린이집 친구와 함께 한강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과일 가게로 함께 향했어요. "어떤 과일을 살까?" 서로 고민하며 가는 모습에 엄마들은 미소가 절로 지어졌죠. 과일 가게에 들어서자, 사장님께서는 과일 진열을 하시다 말고 환한 미소로 아이들을 맞아주셨어요.
안녕하세요! 우와~ 우리 심장 폭격기들이 왔네~ 어서 와요!
사장님의 따뜻한 인사에 아이들의 발걸음은 더욱 신나고 빠르게 움직였어요. 아이들은 사장님의 과일 소개를 들으며 각자 먹고 싶은 과일을 골랐죠.
무화과 한 박스
복숭아 한 박스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과일을 계산대로 옮기는 손길은 조마조마하고 걸음은 느렸지만 사장님께서는 차분히 기다려주셨어요. 하나하나 세심하게 과일의 상태를 살펴주셨고, 계산후에는 봉지를 아이들의 손으로 직접 건네 주시며 미소까지 얹어 주셨답니다.
성수는 마치 두 개의 다른 세상이 만나는 곳 같아요.
다양한 연령과 국적이 모여드는 핫플레이스이면서도, 오래된 건물들과 좁은 골목길 사이로는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토박이 주민들이 살아가는 동네죠.
이 두 모습이 어우러져 있어, 성수는 그만의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동네에서 아이를 키우는 건 때로는 도전 같기도 하지만
곰웅이와 함께하는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고,
활기차고 빠르게 흘러가는 성수의 거리 속에서도 사거리 대로변에 자리한 작은 과일 가게나 동네 주민분들과 나누는 따뜻한 인사 속에서 느껴지는 정은 이곳만의 특별한 선물 같아요.
곰웅이가 동네 과일 가게에서 사장님과 나눈 작은 인사나 탱글탱글한 과일을 보고 반짝이는 눈으로 맛보고 싶어 하는 순간들은 모두 성수라는 동네에서 만들어지는 소중한 장면들이죠.
이런 장면들이 모여 곰웅이와 함께하는 성수의 이야기는 점점 더 따뜻하게 그리고 행복함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