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돌 아기의 첫 셔터, 그리고 그 뒤에 담긴 이야기
곰웅이에게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선물했어요.
필름카메라를 선물한 건, 단순히 사진을 찍게 해주고 싶어서가 아니었어요.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다닐 때마다 부모님의 손엔 항상 작은 검정색 필름카메라가 있었고,
소풍이나 운동회에서는 준비물처럼 꼭 챙겨가던 일회용 카메라로 찰칵찰칵 소중한 순간을 담아내곤 했어요.
필름 장수가 한정되어 있어서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찍어야 했죠. 어떤 사진이 찍혔을 지 기대하며 필름을 사진관에 맡기고, 며칠 후 다시 찾으러 가는 그 설레는 발걸음까지 모두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카메라로 세상을 담고 기록하는 기쁨, 그리고 사진이 인화되기를 기다리며 느끼던 설렘을 곰웅이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작은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곰웅이에게 선물했죠.
곰웅이는 처음 받아본 필름카메라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궁금해했어요. 카메라의 필름 감는 곳을 만지작거리며 살짝 돌려보고, 셔터를 딸깍딸깍 눌러보기도 하며 “이게 뭐지?” 하고 물었죠.
곰웅아, 이건 카메라야! 여기 작은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찰칵! 버튼을 누르면 그 순간이 사진으로 남는 거야.
하지만 사진은 바로 볼 수 없어.
며칠 후에야 확인할 수 있지.
엄마의 설명을 가만히 듣던 곰웅이는 카메라에 대한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였어요. 이미 마음은 세상을 찍으러 나갈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처럼 보였죠.
카메라와 함께하는 첫 나들이 장소로는 곰웅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계곡이 있는 카페를 정했어요.
도착하기 전부터 곰웅이는 카메라를 쥐고 서툴지만 그 누구보다 신나게 “챠라락, 챠라락” 필름을 넘기며 찍을 준비를 했죠. 작은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계곡에서 찰칵! 찰칵! 사진을 찍던 곰웅이는 세상을 담는 카메라에 온통 마음을 빼앗긴 듯했어요.
엄마와 아빠의 모습을 찍어주기도 하고, 쪼르르 달려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죠. 심지어 작고 귀여운 개미 한 마리도 소중하게 담아내려 애쓰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그 작은 손에 들린 카메라에 과연 어떤 모습들이 담겼을지, 무척이나 궁금해졌어요.
계곡에서 신나게 사진을 찍고 나서도 필름이 조금 남아있어서 하원길에 곰웅이의 손에 카메라를 쥐여주었어요.
사부작사부작 걷던 중, 곰웅이가 갑자기 "엄마! 저 크레인 찍어도 돼?"라고 외치며 신호등 앞에서 멈춰 섰죠. 하늘로 쭉쭉 솟아오른 커다란 크레인을 바라보며 카메라를 찰칵! 크레인을 향한 그 눈빛이 얼마나 진지했던지 이미 프로 사진작가의 느낌이 물씬 풍겼습니다.
곰웅이가 아니었다면 공사현장의 크레인을 사진에 담을 일이 없었겠죠. 그 작은 눈으로 세상을 다르게 보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이번엔 곰웅이가 꽃을 발견했어요.
“엄마! 꽃 사진도 찍어볼까?”라고 묻더니 조심스레 꽃을 바라보며 찰칵!
꽃을 향한 사진기의 각도가 조금 맞지 않았지만 신중하게 셔터를 누르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몰라요.
곰웅이가 이렇게나 컸구나, 이제는 사진으로 세상을 담을 만큼 자랐구나.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렇게 27장의 사진을 다 찍고 나서, 예전처럼 사진관을 쉽게 찾을 수는 없었지만 다행히도 택배로 필름을 보내면 현상해서 스캔본을 휴대폰으로 보내주는 곳을 찾아냈죠.
며칠 후, 곰웅이가 찍은 세상이 jpg 파일로 돌아왔을 때, 그 설렘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어요.
어떤 순간들이 담겼을지 하나하나 넘겨보는 그 시간이 정말로 행복했답니다.
곰웅이의 작은 키에서 바라본 세상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특별하고 사랑스러웠죠.
곰웅이가 찍은 엄마와 아빠의 모습도, 계곡의 풍경도 곰웅이의 눈을 통해 바라보니 다르게 느껴졌어요. 작은 손으로 담은 세상은 따뜻한 감동으로 가득했답니다.
이 작은 경험이 곰웅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기를 바라며, 더 편하게 그리고 많은 사진을 계속해서 찍을 수 있도록 작은 초록색 필름카메라를 선물했어요.
지난 주말에도 곰웅이는 엄마아빠와의 주말 나들이에서 셔터를 누르며 신나게 세상을 담았어요. 이번엔 어떤 특별한 순간들이 필름에 담겼을까요? 그 사진들이 인화되어 돌아올 시간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찍은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기다림 속에서 찾아오는 작은 행복을 곰웅이가 천천히 느낄 수 있기를 바라요.
초록색 작은 필름카메라가 곰웅이의 시선을 더 넓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채워주길 기대하며, 다음 사진이 도착할 그 순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