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나'였다.

나를 쓰다, 나를 마주하다.

by Vert


나는 엄마가 되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였다.

아이가 생겼을 뿐이었다.


나의 가치관, 나의 생각,

나의 얼굴, 나의 몸.

모두 그대로였다.


달라진 건 세상이었다.

나는 여전히 나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쉽지 않았다.

달라진 세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나는 나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엄마가 되기 전의 나,

그리고 엄마가 된 후의 나에 대해.


글 속의 나는 익숙하면서 낯설었다.

이제야 깨달았다.

달라진 건 세상이 아니었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눈,

그 시선이 바뀌어 있었다.


착각하고 있었다.


세상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나는 '나'로도 살고 싶다고.

세상을 탓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만든 세상이었다.


내가 나 자신을 옥죄여왔다.

엄마로서 책임을 다하라며.






나는 그 세상 밖으로 나왔다.


외국에 가고 싶다는 것도,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것도,

도전정신이 여전하다는 것도,

나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나는 그대로이면서,

그대로이지 않았다.


나에겐 엄마라는 호칭이 생겼고,

낯선 감정, 모성애가 찾아왔고,

감내해야 할 몫들이 늘어났다.


나는

더 이상

그대로이지 않았다.






나는 '나'였다.

그리고, 엄마였다.


'나'는 위협을 느꼈고,

무서웠다.

엄마가 된 나를 부정했다.

'나'가 사라질까 봐.


나는 자주, 글 속의 나를 마주했다.


두려움 속에 있던 '나'는 이제,

엄마가 된 나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마침내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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