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우리 엄마는,
집에 있던 날이 별로 없었다.
테니스를 치러 나가시고,
사진을 찍으러 다니셨다.
테니스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고,
사진전을 열 정도로 열정적이셨다.
일은 안 하셨지만,
집은 자주 비어 있었다.
청소년기의 친구들은
엄마가 항상 집에 있다며 불평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우리 엄마가 집에 있었으면 좋겠는데...'
집에 있을 때 우리 엄마는,
컴퓨터 게임을 자주 하셨다.
보글보글, 뿌요뿌요.
엄마는 게임을 정말 잘하셨다.
왕을 이기는 법도 다 알고 계셨다.
그렇다고 엄마가 나에게 소홀했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항상 테니스장에 함께 갔고,
엄마와 함께 사진 찍으러 다니며,
엄마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나는 1p, 엄마는 2p.
함께 왕을 물리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 가족끼리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다 같이 모여 저녁을 먹고,
과일도 깎아 먹으며,
저녁 10시 드라마도 같이 보고 싶었다.
성인이 되고 나니,
어린 시절의 서운함은
다행스러움으로 덮였다.
엄마가 그런 엄마여서 다행이었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자식만을 위해 살지 않던,
그런 엄마여서 다행이었다.
엄마가 엄마 자신을 위해서도 살던.
내가 보고 자란 엄마가 그런 엄마였기에.
참 다행이었다.
앞으로도,
엄마가 그랬으면 좋겠다.
엄마가 하고 싶은 것들을 했으면 좋겠다.
엄마가 엄마 자신을 위한 삶을 계속 이어나가길.
나도 그런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보고 자란 엄마가 그런 엄마였으니까.
언젠간,
나도 내 아이에게
다행인 엄마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