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다이어트 중이지만, 다이어트가 아닌 듯 먹기
다양하고 즐겁게 먹기
음식을 입 안으로 넣었을 때 감동을 받았다는 말하는 기준은 씹는 동안 입 안에서 느끼는 ‘맛’에 달려있다.
하지만 ‘맛’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인공조미료와 강한 자극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많아졌고, 블로그 또는 SNS에서 평가된 유명 맛집에 대해 신뢰성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 매스컴에 나온 맛집들은 줄을 서서 먹으면 기대감이 커서 그런지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젠 베이글, 구움 과자 등 디저트 가게 또한 줄을 서야 되는 시대가 되었다. 나 또한 먹는 걸 좋아하여 줄을 서서 먹은 경우가 몇 번 있지만, 기대를 많이 한 탓인지 실망도 컸던 것 같다.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순간 먹는 것을 제한하고, 체중계에 올라서면 긴장되는 마음, 숫자에 집착하게 된다. 인터넷으로 다이어트 식단을 검색하면 나오는 탄단지 구성으로 닭가슴살, 고구마 혹은 단호박, 야채 가득, 견과류가 일반적으로 나오고 연예인 식단을 보면 이걸 어떻게 먹고살지 싶을 정도로 극한의 식단이 나온다.
사과 1개+고구마 2개+단백질 음료 1잔 / 토마토 1+고구마 1+닭가슴살+채소 / 바나나 1+삶은 달걀흰자 3+노른자 1 등 오이와 토마토, 고구마, 닭가슴살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나는 과연 할 수 있을까?
시작하기도 전에 부정적인 마음과 걱정부터 앞선다.
평소에 달달한 디저트와 맥주, 와인은 물론이고 빵과 떡을 사랑한다고 말할 정도로 먹는 걸 좋아하고, 일부러 맛 집을 찾아다니기까지 했던 나였다. 그렇게 운동하지 않고, 먹기만 했던 나의 몸은 젊은 시절과는 다르게 중력에 의해 몸이 흘러내리는 기분이었고, 40년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나의 근육들은 퇴화될 준비를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인간은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더 영향을 받기 쉽다고 한다. 상황 자체가 부정적이기 때문이라기보다 마음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라는 사실.
언제 체중이 늘어났는지도 모를 군살들은 옷을 입을 때마다 튀어나와 보정속옷을 입었고, 체중이 늘어나면 무기력, 부정적인 생각, 나태함 같은 감정들은 눈에 띄지 않게 깔리게 된다. 원래 잠이 많았다고 생각했는데, 잠을 많이 자도 피곤하고, 혈액이 끈적하게 흐르는 느낌, 부정적인 감정들로 가득 찬 하루가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늦게 자지 말자’ ‘식단 열심히 하자’ ‘오늘 하루는 가볍게 샐러드만 먹어야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자’ 등 많은 마음가짐을 하지만, 며칠 해보다가 ‘이렇게 한들 뭐가 바뀌겠어’라며 쉽게 포기하다가 봄이 찾아왔고, 두려움 속에서 시작한 운동과 식단은 부정적인 생각을 이겨내며 시작되었다.
처음 시작한 나의 식단은 맵고, 짠 음식을 피하고, 간식을 줄여나가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간편한 음식이지만, 몸에는 간편하지 않는 음식들 패스트푸드, 인스턴트는 끊기 위해 집에 있던 라면, 호떡믹스, 와플 믹스, 누룽지는 아까워하지 않고,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처음엔 다이어트 정석대로 닭가슴살, 고구마 또는 단호박, 방울토마토와 간식은 당근이나 오이로 먹다가 평생 이렇게 먹는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질리기 시작했다.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보니 나 자신에게 안될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내면에 깔려있었나 보다. 드라마틱한 체중변화는 없고, 정체기가 올 땐 이렇게 먹어도 빠지지 않는데, 그냥 먹자라는 단순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세 끼를 맛있는 음식으로 과식을 하고, 며칠 동안 먹다 보면 몸이 붓고, 무리가 오기 시작한다. 운동으로 칼로리 소모를 하면 되겠지라는 마음가짐을 하지만, 운동으로 소모할 수 있는 칼로리는 한계가 있다.
그러면서 반성을 하고, 먹고 싶은 음식을 적당량만 먹는 ‘건강한 치팅’을 통해 몸을 달래 주도록 했다. 매 끼니마다 영양소가 있는 식재료로 다양하고, 맛있게 먹으려고 새롭게 시도해보기 시작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너무 참다 보면 폭발하기 마련이다. 다이어트하는 순간에도 먹는 것을 제한 두기보다 다양하고, 즐겁게 먹어야 된다. 자극적인 것보다 제철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일을 늘리고, 식사시간에 제때 먹는 습관은 체중조절에 많은 도움을 준다.
생각하고 먹지 않으면 영양소 있게 챙겨 먹기 힘들다. 오히려 탄수화물이 의외로 접하기 쉬워서 뇌에서 이 사람은 음식을 맛있고, 다양하게 먹는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늘 먹던 쪄 먹던 미니 단호박, 닭가슴살이지만, 다양한 야채를 넣고 볶아 먹으면 또 색다른 기분이 든다. 생으로 먹어도 달고 맛있지만, 양파와 당근은 볶으면 더 달고 맛있고, 위에 처음 접해보는 햄프 시드를 얹히니 밖에서 사 먹는 웬만한 요리가 부럽지 않을 정도이다. 찐 미니 양배추는 달기까지 하다. 비트는 빨간 물이 나와 이걸 어떻게 먹나 했는데, 몇 개 입 안으로 넣어 씹다 보니 단 맛이 퍼진다.
멸치와 우엉을 넣은 현미밥에 생감태를 말아 만든 주먹밥, 연근, 마늘장아찌, 견과류, 닭 가슴살, 브로콜리, 셀러리, 비트와 당근 무침, 사과, 그릭 요구르트와 그래놀라
베이크 빈과 토마토, 당근과 비트, 콜라비, 연근, 브로콜리 뿌리를 차례대로 썰고, 모차렐라 치즈와 견과류, 코울슬로, 딸기 / 닭가슴살을 야채와 볶고, 살짝 데친 케일에 찐 단호박을 넣어 먹어보니 색다른 맛이 나고, 곰취나물을 쪄 삶은 퀴노아와 멸치볶음, 나물과 먹으니 또 색다른 미각의 경험을 하게 된다. 좋은 음식을 만나 '잘' 먹는 행위도 나에게 행복감, 위로를 전해준다.
겨울 내 뿌리에 영양분이 응축되어 있다가 봄에 잎으로 나온 나물들은 모든 영양소가 많이 함유되어 좋다고 한다. 화려한 요리실력보다 자연 그대로 식재료로 한 접시에 담아도 근사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다.
'다이어트'는 '식단'이라는 뜻으로 정해놓은 식사 계획이다. 무조건 굶고, 제한적인 방법으로 먹는 식단보다는 다양하고, 맛있는 식사시간이 오랫동안 지속 가능하기에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좀 더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갖는 것만이 오래 할 수 있는 다이어트라는 사실.
몸무게에 집착해서 먹는 음식과 움직이는 것에 칼로리 소모를 일일이 따지는 순간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여유와 운동에 대해 행복을 느끼면 몸은 균형을 잡고, 적정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나는 할 수 있다’라고 다짐이 아니라 스스로를 믿고, 마음에 되새기고 매 끼니 다양하고, 식사를 맛있게 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