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책, 비바람

by 피카타임

목요일 출근 후 주머니를 뒤져보니 립스틱이 없다. 가방을 다 뒤져도 없다. 운전하다 바지 주머니에서 흘러나왔나 싶어 지하주차장까지 다시 내려갔다. 운전석 바닥에도, 보조석 바닥에도 보이지 않는다. 심란했다. 분명 내 입술에는 립스틱이 발려져 있는데... 아침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발랐던 기억이 또렷한데...

목요일 이후 영영 사라진 립스틱. 화장대 립스틱 칸에 하나가 비었다.
이상하게도 같은 립스틱은 사고 싶지 않은 심리. 테스트용 립스틱을 아무리 손등에 펴 발라대도 그게 입술에서는 그 색을 내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내 손등 한가득, 점원 손등 한가득 펴 발라대고는... 전혀 보기에 없던 색을 골라 왔다. 그렇게 8칸의 립스틱이 다 채워졌는데... 잃어버린 립스틱을 자꾸만 다시 찾고 있다. 그 색을 결국은 또 사야 하나 보다.

<파이 이야기 - 얀 마텔> 숙제였던 이 책. 와... 이렇게 재밌는 책이 있다니.
읽는 내내 자주 짜릿짜릿했다. 최대한 상상하며 읽어보려고 노력했다. '만새기'가 어떻게 생긴 물고기인지 몇 번이고 검색해 보고 싶었지만 다 읽을 때까지 참았다.
교훈을 가져다 붙이자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세계 명작 동화의 걸리버 여행기에 담긴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어드벤처였던 어린 시절처럼 재밌게만 읽었다.
그리고 제 인생에 '리처드 파커'는 필요 없습니다... 그것 없이도 열심히 생존해 볼 테니 절대 주지 마세요...

새로 산 립스틱, 새로 읽을 책, 그리고 하루 지난 새 달.
엄청나게 몰아치는 비바람. 연휴 내내 흐리기 있기 없기.
3월의 시작은 늘 긴장이다. 날씨 핑계로 나의 긴장을 감춰본다.
아주 아주 커다란, 대관람차보다 더 커다란 다람쥐 쳇바퀴에 다시 탑승했다.






매거진의 이전글내일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