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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Feb 19. 2021

그런 친구는 필요 없어!

너를 상처 받게 하는 사람은 친구가 아니야.

저에게는 한부모가정의 조카들이 있습니다.

시동생이 이혼하면서 세명의 아이를 키우게 되었죠.

그마저도 시부모님께 아이들을 맡겨놓고 연락두절 상태입니다.

연로하신 데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아이 셋을 키운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고요.

작년 11월부터 두 달 동안 아이들의 공부를 좀 봐주다가 코로나 때문에 실시된 5인 이상

집합 금지 때문에 공부를 봐주는 것도 사실상 중단했습니다.

네, 다 핑계고요. 그냥 손을 놓았습니다.

제 두 딸들 건사하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제가 3명의 초등학생을 가르친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내심 잘 됐다~ 싶었습니다.

큰 조카가 이번에 중학교에 입학하는데, 시부모님 말씀이 아이가 사춘기가 왔는지

잠만 자고 무슨 말만 하면 대들기만 해서 많이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시부모님도 아이들도 힘들긴 마찬가지입니다.

경제적.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극심한 세대차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죠.


어제는 오랜만에 큰 조카를 불러내서 데이트를 했습니다.

스파게티도 사 먹고, 차도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좀 해야겠다 싶었거든요.

딸 두 명을 키워보니 여자애들하고는 대화가 힘들지 않더라고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새로 배정받은 반에 제가 아는 애와 같은 반이 되었다네요.

5학년 때 친하게 지냈던 걸로 알고 있어서 

"친구랑 같은 반이라서 좋겠다." 했더니,

"저 이제 걔네들이랑 안 친해요."

"왜? 무슨 일이 있었니?"

"그 애들은 걔네 엄마들도 다 친하거든요. 그런데, 그중 한 애가 저한테

'야! 너는 왜 엄마가 없어?'라고 물어보길래 당황해서 그냥 '(웃으면서) 나도 몰라' 했어요.

근데, 기분이 좀 거지 같더라고요. 그래서 손절했어요."

라고 말하는데, 정말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초등 2학년짜리 막내 녀석도 똑같은 얘기를 듣는걸 저희 큰딸이 옆에서 듣고 깜짝 놀라고 

속상했다고 하더니...

이 아이들은 이런 얘기를 자주 들었을 수도 있었겠구나 싶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얘기했어요.

- 6학년 정도 되는 나이에 그런 행동을 했다면 둘 중 하나야. 

정말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아이거나 너를 무시하고 싶은 나쁜 마음을 먹은 아이거나. 

그럴 때는 웃지도 말고, 흥분하지도 말고,

"나한테 그걸 묻는 이유가 뭐야?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니?"라고 말하라고.

그래야 너한테 말할 때 조심할 거야. 

그리고 그런 무례한 사람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옆에 두지 말라고.

어떤 상황에서도 엄마가 필요한 자리가 생기면 큰엄마한테 말해. 할 수 있는 건 다 할 거야. -

라고 말해줬네요.


왜 무책임한 부모를 둔 죄로 아이들이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할까요.

또, 그걸 묻는 아이들은 상대에게 상처가 되리라는 생각은 안 했을까요?

알면서 상처 받으라고 그런 말을 일부러 하는 걸까요?

후자라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정 안에서는 조부모님들이 케어를 해주시지만,

집 밖으로 나오면 그 편견 어린 시선은 오롯이 아이들이 다 받아내야 했었던 거죠.

몸보다 정신이 먼저 커버린 아이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가슴앓이했을 겁니다.

이 상처를 어떻게 보듬어줘야 하는지 저도 답을 모르겠습니다.


시부모님들은 아이가 너무 무기력하고 잠만 자고 퉁퉁거린다며 걱정하시지만,

저는 이 정도로 견뎌주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주고 싶어요.

일 년 만에 연락이 온 엄마를 만났는데, 남자 친구를 데리고 나왔다네요.

3번째 바뀐 사람이라며 씁쓸하게 웃더라고요. 

우울증이 와도 이상할 상황이 아닙니다.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주변에 이렇게 생각 없는 사람들이 많을까요.


당분간 남편이 출근한 시간을 이용해서 매일 큰 조카만 집으로 와서 중학교 수학. 영어를 같이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는 사촌언니들이지만 여자들하고만 있으니까 대화도 잘 통하고 너무 좋다고 해요.

남동생만 두 명이거든요. 지칠 만도 하죠.


어제 데이트를 마치면서 제가 해준 얘기가 있어요.

"사람은 초년. 중년. 말년 운이 있다더라 너는 초년운이 없으니 이후에 복을 몰아서 받을 거야. 

그러니 복을 받을 그릇을 열심히 키우며 기대하고 살자."

피식~ 웃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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