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의 남편들의 진심을 듣다.

by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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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친하게 지내는 4 커플이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나이가 반백이 넘어가면서 자연스레 아이들은 여행에 따라오지 않게 되고,

어른 8명만 함께 하는 첫 여행이 되었습니다.


네이버에서 단독펜션으로 8명 예약했는데,

2인 기준으로 6명의 추가요금으로 12만원을 내야 한다는 문자에

한바탕 작은 소동이 있었지만 잘 해결했고,

먹방으로 모임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회 먹고, 술 먹고, 고기 먹고, 술 먹고.

지쳐서 자다가 일어나서 또 먹고...

계속 대는 먹방에 지쳐 하나둘씩 방으로 들어가서 자기 시작했어요.

어쩌다 보니 저와 남자 두 명이 남게 되었네요.

할 말도 별로 없고 나도 들어가서 잘까... 싶던 찰나에

예약해 놓은 불멍이 아깝더라고요.

제가 장작 피울 자신은 없고, 불멍은 하고 싶어 슬쩍 얘기해 봤어요.


"우리 불멍 하자"


그렇게 저와 남자 두 명의 불멍이 시작되었어요.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조용히 앉아서 타닥타닥 소리를 들으며

장작이 타며 나는 시골냄새를 맡으며

하늘을 보니 별도 참 많이도 보이더라고요.

시간이 늦어 음악은 틀 수 없었지만,

그래도 참 좋더라고요.


한참을 그렇게 타들어가는 불을 보고 있자니

우리 나이도 활활 타오르던 2,30대를 지나

불길은 잦아들었지만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예쁜 색을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저 붉은 숯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불길이 잠잠해지니 음악생각이 간절해져요.

조용하게 김광석노래 듣자고 하니

친구남편이 이런 말을 하는 거예요.



나는 김광석 노래 중에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를 참 좋아했었거든?
그런데 와이프가 아프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해서 와이프가 아픈가?
그래서 그 이후부터 그 노래를 한 번도 들은 적도 부른 적도 없어.



가슴이 참 먹먹하더군요.

그 친구의 와이프는 저의 고등학교 때부터의 절친이고

작년 한 해 동안 항암치료를 받느라 고생했었거든요.

어떤 남편이 저렇게 헌신적일까 싶게

간병에 최선을 다했던 친구가 저렇게 얘기하니

더 안타깝게 느껴지더라고요.

(물론 친구는 잘 회복했어요.)

부부가 투닥투닥 거리며 살아도

20년 세월의 힘은 참 무서운 거더라고요.


옆에 있던 다른 오빠도 조항조의 고맙소라는 노래를 들으면

와이프 생각이 난다고 해요.

못난 자기 만나서 고생한다고...


근데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해요.

누구를 만나면 고생 안 하고 살까요?

육체가 고생이면 정신이 좀 편할 거고,

정신이 고생이면 육체가 좀 편하겠지.. 하고 삽니다.


저와 사는 남편도 다 좋기만 할까요?

손해인 사람이 어디 있고,

덕보는 사람은 또 어디 있겠어요.

그래도 저한테는 이만한 사람 없으니 20년 넘게

지지고 볶고 살고 있겠죠.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내가 짝사랑하던 그 오빠랑 결혼했으면

과연 나는 행복했을까?

결론은 NO!!


조금 느리고 답답해도 초등학교 모범생 같은

내 남편이 저한테는 딱이라는 생각으로 삽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게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당연한 것들에 대한 감사함도 알게 되고,

제가 부지불식간에 어른이 되어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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